[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혈액검사만으로는 농장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혈검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방역당국과 양돈현장 모두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ASF는 전파력이 약하다보니 어떤 매개체를 통해 바이러스와 직접 접촉이 이뤄지지 않는 한 돼지 감염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드람양돈농협 정현규 박사는 지난 23일 “농장에 ASF 바이러스가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돼지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해당농장 돼지에 대한 채혈검사 과정에서 바이러스 검출이 안될 수 도 있다. 더구나 지금 수준의 샘플검사라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구제역과 달리 공기전파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ASF 확산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돼지에서 임상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감염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은 오히려 ASF 방역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ASF의 세계적 권위자인 세계동물보건기구(OIE) ASF연구소 호세 산체스 소장 역시 만성단계가 아니라면 혈액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SF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중국에서는 같은 농장이라도 ASF가 옆 돈사에 전파되기 까지 예상을 넘어선 시간이 소요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돈방내 돼지 접촉을 막기 위한 칸막이 설치가 현지 양돈농가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도 ASF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비단 중국 뿐 만 아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ASF 발생이 확인된 연천 농장의 경우 살처분까지 수일이 소요됐지만 신고 이후에는 폐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김포 및 파주 2차 발생농장은 국내 ASF 발생 직후 실시한 채혈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농장들이었다. 농장내 바이러스가 있더라도 돼지감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이에 따라 발생현황 파악을 비롯해 역학농장 예찰, 이동제한 지역내 돼지 및 분뇨반출 등 채혈검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져온 기존 방역대책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ASF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경로나 원발농장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양돈농가들의 공포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중점관리지역의 한 양돈농가는 지난 24일 “채혈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농장의 감염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두려움에 하루하루가 지옥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양돈현장에서는 ASF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면서도 기존 방역정책을 보완할 효과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답을 내놓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