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태부족…1일 1농장 채혈 원칙 현실적 불가
채혈검사 효과 논란…되레 질병 매개 위험성 경고
예찰 과정 방역절차 놓고 농가-공무원간 갈등도
양돈현장 우려 불식 위한 정부차원 대안 강구돼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이후 양돈장 직접 방문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방역당국의 예찰활동에 대한 논란과 농가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일1농장 채혈’ 어려워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발생지역을 포함한 중점관리지역 및 역학농장에 대한 채혈과 함께 예찰을 강화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인력이 부족한 방역공무원들이 하루에도 수곳의 농장을 방문, 양돈농가들은 물론 수의전문가들까지 한목소리로 위험성을 지적해 왔다.
특히 1일 1농장 채혈원칙을 준수키 어려운 실정에 돼지와 직접 접촉이 불가피한 채혈작업이 강행되면서 논란이 증폭돼 왔다.
게다가 농장내에 이미 바이러스가 들어와 있다고 해도 막상 돼지와 접촉이 이뤄지지 않으면 감염되지 않는 ASF의 특성으로 인해 채혈검사만으론 농장 감염 여부를 정확히 판단키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상황.
ASF 발생농장 상당수가 방역당국의 채혈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한 수의전문가는 “샤워시설이 없는 농장도 부지기수다. 거점시설을 거쳤고 방역복을 입었다고 안전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방역공무원에 의한 ASF 전파 가능성을 ‘제로’라고 단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 방역공무원들은 역학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거점소독시설의 오염 가능성과 기능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농식품부 내부적으로 운영 개선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주장의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또 매주 농장채혈 착수
하지만 농식품부는 경기북부의 완충지역(고양·양주·포천·동두천·철원)과 강원북부(화천·양구·인제·고성)에 대해 내달 2일까지 3주간에 걸쳐 농장별로 매주 1회 혈액검사에 착수,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가축방역관, 방역본부 방역사를 농가별로 우선 정하고, 부족한 인력은 시도(시군)에서 양돈전문 수의사를 동원해 시료를 채취함으로써 논란을 해소한다는 방침이지만 워낙 위험한 상황인 만큼 양돈현장의 우려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수의전문가는 “바이러스 감염경로는 물론 어디에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 외부사람들이 돈사에 들어가고, 그것도 핵심 전파원인 혈액을 다룬다는 건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라면서 “채혈검사 결과까지 3일 정도가 소요된다. 바이러스 잠복기가 최대 3주라고는 하나 국내와 같은 심급성형일 경우 3~4일 정도면 대부분 임상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감안할 때 굳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농장 입장에서는 ASF 의심축 신고를 기피하거나 주저할 이유도 없는 만큼 차라리 조기신고를 독려하는 편이 훨씬 정확하고 안전하게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굳이 검사가 필요하다면 농가로 하여금 로프를 이용해 타액 시료를 채취토록 하고 이를 방역기관에 전달하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방역절차 거쳐”
농장예찰 과정에서 농가와 방역공무원간 갈등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양돈농가는 지난 10일 “농식품부 방역점검반이 방역복을 착용하지도 않은채 농장을 찾아왔다. 이러고도 농가의 방역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본지에 제보하기도 했다.
농식품부측은 이에 대해 “농장밖에서 관련서류를 보여달라며 농장주에게 사전 통보가 이뤄졌을 뿐 만 아니라 거점소독시설과 함께 통제초소에 들러 방역조치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농장주는 “사전통보가 이뤄진 것은 맞지만 분명 농장안으로 들어왔고 CCTV에도 녹화됐다”며 “설령 농장 밖이라고 해도 방역복도 착용하지 않은채 여러농장을 다니는 게 과연 안전한지 의문이다. 더구나 서류확인 정도라면 초소에서 이뤄지거나 팩스를 이용할 수 도 있는데 농장방문을 고집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장방문 공무원 유일한데”
그러다보니 방역당국의 채혈과 예찰활동을 통한 전파가능성을 제기하는 농가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 연천에서 두 번째로 ASF가 발생한 농장의 경우 농장주의 아들이 자신의 아내출산이 이뤄졌음에도 농장을 떠날 수 없었던 사례가 알려지자 농가들 사이에선 “이동제한은 물론 초소까지 설치된 상황에서 농장을 방문한 사람은 방역공무원 밖에 없다. 만약 기계적 전파라면 방역공무원이 핵심 역학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격무와 농가 반발에 지친 일선 지자체 내부에서도 채혈과 현장예찰 업무에 대한 불만이 일부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돈현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노력과 대안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