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철원지역 양돈장에 내려진 사실상의 일괄 예방적 살처분 방침에 대해 수의전문가들도 “방역당국이 연천에 이어 또 다시 밑도, 끝도 알수 없는 정무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수의전문가는 “야생멧돼지의 ASF로 인해 정밀한 위험도 평가 없이 사육돼지 발생이 없는 지역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이 내려진 사례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수의 과학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충분한 보상을 전제로 한 농가 합의없이, SOP에도 없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만큼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해외 전문가들이 야생멧돼지 발생시 철저히 위험도 평가를 전제로 한 사육돼지의 제한적 예방살처분을 강조해온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ASF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르면 야생멧돼지에서 발생시 양성개체 발생지역으로부터 방역지역내 돼지사육농가의 이동제한을 실시하고 소독 및 차량출입 통제 등 긴급 방역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예방적 살처분의 경우 가축방역관의 현장조사 결과 양성개체 주변 돼지사육 농장간에 기계적 접촉 등이 의심되거나 역학조사 실시 결과 감염이 의심되는 사육농장에 한해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야생멧돼지 발생(폐사체 발견)지점에서 10km를 이동제한 지역으로 설정해 왔다. 사육돼지 SOP상에 방역대 범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환경부의 야생멧돼지 발생시 SOP(감염지역 1.3km, 위험지역 1,3km, 집중사냥지역 10km)와 행보를 같이해온 것이다. 그러나 철원지역 만큼은 야생멧돼지 폐사체 발견 지점이 아닌 민통선 남방한계선(10km)을 기준점으로 잡았다. 그러다보니 사육돼지 농장은 한곳도 없었던 야생멧돼지 발생(폐사체 발견)지점 기준때와 달리 28개농가(7만3천239두)가 방역대에 포함돼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질 처지에 놓이게 되면서 ‘고무줄 방역대’의 전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철원지역에 대한 방역조치가 ‘수매·도태’ 형태를 갖추기는 했지만 사실상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점도 법적 논란에 휩쌓이게 됐다. 철원지역 양돈농가의 경우 이달 28일 현재 임상증상이 나타난 곳은 없는데다 혈액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던 만큼 SOP상의 예방적 살처분 규정 적용도 힘들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와관련 한 수의전문가는 “사유재산을 사실상 강제로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 과학적 근거라도 제시해야 하는 게 방역당국의 의무”라면서 “철원지역에 대한 방역조치가 가축방역심의회를 거쳤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민간인 신분의 수의전문가라면 이번 조치를 수긍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