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방역당국이 실시해온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혈액검사를 타액(구강액) 검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돈농가들은 물론 수의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방역당국이 ASF 예찰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혈액검사에 대한 위험성과 함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 우선 구제역과 달리 직접 접촉에 따른 전파만 이뤄지는 ASF 바이러스의 특성상 바이러스에 오염된 양돈장이라도 막상 돼지에는 감염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존재, 방역당국의 기대만큼 정확한 예찰효과를 기대할수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정부가 실시한 혈액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은 양돈장들에서 ASF 발생이 속출했던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시료채취를 위해 방역공무원이 직접 농장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방역공무원들이 하루에도 몇 개 농장을 방문하다 보니 오히려 ASF 전파의 잠재 위험원으로 지목되며 양돈농가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 방역당국은 그러나 혈액검사 유지라는 기존의 방침을 고수해 왔다. 물론 민간 수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방역공무원의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웠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던 상황. 최근에는 ASF의 세계적 권위자로 손꼽히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ASF 연구소 호세 산체스소장이 혈액검사의 위험성을 지적한데 이어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주한수 명예교수의 경우 과학적인 근거까지 조목조목 제시해가며 타액검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오히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주한수 교수에 따르면 돼지 편도선에 감염, 증식과 배출이 이뤄지는 ASF 바이러스의 특성을 감안할 때 타액검사가 혈액 보다 신속하고 간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ASF 바이러스 감염후 양성검출일을 시료별로 살펴보면 타액이 3일로 가장 빨랐고, ▲타액묻힌 면봉 5~8일 ▲체온 5~7일 ▲비강면봉 ▲혈청/혈액 5~10일 ▲임상증상 5~10일의 순이라는 것이다. 타액을 활용할 경우 혈액검사에 소요되는 진단시간을 절반수준으로 줄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주한수 교수는 “돼지의 빠는 습성을 감안, 밧줄이나 면장갑, 면봉 등을 이용해 편도선이나 혓바닥에서 손쉽게 구강액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며 “개체단위 뿐 만 아니라 해당농장의 감염여부 확인도 구강액검사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위험성이 높고 진단시간도 상대적으로 길 수밖에 없는 혈액검사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수의전문가들도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수의전문가는 “혈액의 경우 보관이 가능하고 여러 가지 실험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양돈현장의 감염여부 진단이 목적이라면 대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구강액 시료는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채취가 가능한 만큼 농가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