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 소장·주한수 명예교수, 야생멧돼지 존재 보단 농장방역 수준 강조
中 ‘부분살처분’ 상반된 시각…주 교수 “산업피해 줄일 다양한 실험 긴요”
지난해 8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중국.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며 ASF가 만연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발생 1년이 넘은 지금 양돈재건 사업도 본격화 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그러나 중국의 양돈산업 재건노력 자체는 높이 평가하면서 그 방법에 대해서는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중국의 많은 농장에서 ASF가 발생하자 부분 살처분을 통해 청정화를 도모하고 재입식까지 이뤄지고 있는 최근의 추세가 그것이다.
중, 성공-실패 병존
일단 지난달 중순 한국을 찾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 ASF연구소 호세 산체스 소장은 부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의 ASF 방역을 자문하고 있다는 산체스 소장은 “현지 대규모 기업 양돈장들 사이에서는 채혈검사 등 농장 자체적인 환경검사에 의존한 부분 살처분과 재입식이 이뤄지면서 재감염 사례가 적지 않다”며 “물론 재감염 없이 재입식에 성공한 사례도 몇몇 있긴 하나 완벽한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반면 세계적인 돼지 바이러스 전문가로서 퇴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중국 기업 양돈장들을 컨설팅해온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주한수 명예교수는 다소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주한수 교수는 농장과 농장은 물론 같은 돈방내 돼지와 돼지 사이의 전파에도 일정시간이 걸릴 정도로 전파속도 만큼은 구제역과 비교가 힘들 정도로 느린 ASF바이러스의 특성에 주목하면서 “중국의 일부 기업 양돈장들의 경우 반복적인 감염조사와 부분 살처분을 통해 청정화와 재입식에 성공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청정화 전담팀 운영 등 몇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하지만 4주만에 청정화를 실현하거나 ASF 이전 보다 모돈사육규모가 증가한 기업양돈장의 사례도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국내 상황엔 부적절”
국내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ASF가 일부지역에 국한돼 심급성형 발생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는 중국에서 채택되고 있는 방법의 위험성이 너무 크다며 일단 산체스 박사의 평가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양상이다. 살처분 보상금이 없는 상태에서 ASF가 만연할 때로, 만연한 중국이기에 선택가능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주한수 교수 역시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주 교수가 굳이 무리인 것을 알면서 중국의 재입식 성공사례를 국내 방역당국과 양돈업계에 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재입식 방법이 중요”
주한수 교수는 “치료약도 예방약도 없고, 처음엔 치사율 100% 달할 정도로 ASF가 무서운 돼지 질병인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바이러스 자체만 보면 공기전파가 가능한 구제역과는 상대가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역당국은 너무나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염 멧돼지 우려 지역 양돈장은 방충 방조, 울타리 등의 차단시설이 요구되지만 재입식도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호세 산체스 소장도 다르지 않았다.
산체스 소장은 야생멧돼지의 존재와는 별도로 재입식이 추진돼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역시 재입식 자체 보다는 그 방법상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산체스 소장은 “한동안 야생멧돼지가 농장 인근에 존재해도 할 수 없다. 농장의 차단방역 수준만 높이면 충분히 재감염 없이 성공적인 재입식이 가능하다”며 “다만 재입식 절차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수세, 소독, 건조 등의 절차를 거쳐 환경검사와 감시돈의 실험입식 후 재입식이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중 울타리를 통한 야생멧돼지 접근 차단을 비롯해 농장 차원의 방역수칙 준수도 잊지 않았다.
이들 전문가의 조언이 ASF에 따른 이동제한 해제와 재입식을 위한 위험도 평가기준 마련에 나서면서도 감염 야생멧돼지 폐사체의 잇따른 추세에 고민하는 우리 방역당국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모든 양돈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