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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원인 규명 우선…멧돼지 포획 과학적으로”

환경부-설훈 의원 주최 토론회서 일부 생태전문가 주장
이동 경로·개체수 파악 없는 포획 실효성 의문 제기도
양돈업계 “환경분야 인사 중심 토론회…무슨 의도인가”

민병진 기자  2019.12.04 10: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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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야생멧돼지 포획에 대해 ‘신중론’ 이 제기됐다.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설훈 의원실과 함께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ASF 대응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사진>에서다.
이날 주제발표자와 패널 대부분은 국내 ASF의 정확한 발병원인 파악이 우선이라며 야생멧돼지 포획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강조했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동물행동학)는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향 제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야생멧돼지가 ASF의 매개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만큼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무분별한 야생멧돼지 포획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멧돼지의 생태와 ASF관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우신 서울대학교 교수(야생동물 생태관리학)도 “멧돼지 전면 포획은 멧돼지 개체군의 행동권을 확장시켜 ASF 전파 억제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감염된 상태로 남아 있는 사체가 주요 감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멧돼지 사체를 찾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과학적인 접근을 통한 야생멧돼지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호성 전북대학교 교수(수의학)는 “현재 ASF바이러스는 야생 멧돼지에서만 검출됐기에 ASF 발생을 막기 위한 개체 수 관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야생 멧돼지 수의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개체수 조절이)불가능하다”고 했다.
조범준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은 “ASF예방 차원에서 야생멧돼지 포획이 이뤄지고 있지만 ASF 발생지와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멧돼지 포획량이 늘고 있다. 명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생동물에게 모든 원인을 뒤집어 씌우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따라서 ASF 전파요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 위치탐지기를 이용한 경로파악과, 야생 멧돼지 모근 채취를 통한 개체 수 파악 등 과학적 근거 수집과 함께 이를 바탕으로 한 적정 개체 수 조절 기준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환경부 박천규 차관도 축사를 통해 “ASF는 돼지 및 멧돼지로부터 직접적인 감염  뿐 만 아니라 잔반이나 오염된 차량, 장비, 인력 등 다양한 경로로 감염이 가능함”을 전제, “정확한 발병원인과 경로에 대해 국민들에게 속시원이 밝혀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오늘 행사를 계기로 적절한 야생멧돼지 관리방안이 도출,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질병 관리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돈업계는 그러나 이번 토론회 개최 배경 자체에 대해 의혹의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야생멧돼지에 토론회의 초점이 맞춰졌다고는 하나 정부가 야생멧돼지 발생을 명분으로 사육돼지까지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당사자인 양돈업계는 배제한 채 환경분야 인사들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진행한 것은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대한한돈협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는 토론회가 열린다는 사실도 통보받지 못했다”며 “역학조사가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야생멧돼지가 국내 ASF 발생의 직간접적 원인이 됐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사실임에도 환경부까지 나서 감염경로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