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슈&뉴스>제자리 걸음‘축산물 브랜드 정책’이 대로 좋은가

소비 트렌드 변화 맞춰 혁신을

김수형 기자  2020.04.22 11:16:10

기사프린트

[축산신문 기자]


국내산 소비 ‘첨병’ 역할 기여…변화엔 미흡

품종 앞세운 프리미엄 브랜드 세계적 추세

지역화 위주 브랜드 일색, 소비자 괴리 우려

스토리텔링 개발 등 차별성 역점…개선 시급


품종을 앞세운 프리미엄 브랜드가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르면서 지역화(권역별) 위주로 짜여진 국내 축산물 브랜드 정책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돈 업계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돈육의 도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일부 과대광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서도 ‘스토리가 있는 돈육’ 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각인시켰다.

이베리코 뿐이 아니다.

최근 열린 국제식품산업대전에는 와규와 듀록, 버크셔 등 품종을 내세운 브랜드들이 소개되며 이베리코 돼지고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품종의 축산물들이 저마다 ‘맛’을 주 무기로 한 스토리텔링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내에도 다양한 축산물 브랜드가 존재한다. 우수 브랜드 육성을 위한 브랜드 사업을 추진한 결과 축산물 소비 촉진에 큰 공헌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축산물 브랜드는 대부분 지역명으로 가축이 사육된 환경을 부각시킨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청정 지역에서 사육됐다는 점이 주로 강조된다.

하지만 품종을 중요시하고 맛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브랜드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는 것과 달리 지역화를 고집하고 있는 국내 축산물 브랜드 정책은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군다나 지역화를 고집한 브랜드들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며 브랜드 간 차별성도 희미해졌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축산물 브랜드는 사업주체에 따라 유통브랜드와 생산자브랜드로 구분하고 있으며, 소비자단체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생산, 도축·가공, 유통·판매의 각 단계를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 우수 축산물 인증 브랜드를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우수 축산물 인증 브랜드는 최근 41개의 브랜드가 인증을 받았다. 대다수가 지역의 명칭을 상징화 한 브랜드들이다.

현재 국내 축산물 브랜드 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고 있다.

올해부터 축산정책과에서 축산경영과로 담당부서를 이관, 사업계획도 조만간 확정지을 예정이지만 사업의 방향, 예산 등은 기존의 사업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국내 축산물 브랜드 정책이 세계적인 흐름과 맞지 않고 현실적이지 않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축산물 구매 시 고려사항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 과거에는 원산지를 1순위로 꼽았다면 최근에는 맛을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맛에 대한 차별성을 어필하는데 한계가 있는 지역화 위주의 브랜드 정책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브랜드 전문가는 “소비자들은 맛에 대한 가치를 높게 두는 만큼 ‘먹어보니 역시 다르다’는 인식을 줄 만한 차별화된 국내산 브랜드와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