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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사육총량제’ 도입 논란

농특위, ‘지역자원기반 경축순환농업’ 추진
사실상 쿼터제…국토 작은 네덜란드 등 시행
일각, 기업자본 축산 진출 차단 긍정적 시각
“지나친 환경주의 발상…식량안보 위협” 반발

김수형 기자  2020.08.19 13: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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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자원기반 경축순환농업 활성화 사업을 두고 축산업계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가축분뇨 발생에 따른 냄새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농특위가 추진 중인 정책이 가축 사육두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여론이 맞서고 있다.
농특위는 지난 13일 전북 완주시 고산면사무소에서 진행된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축산분야 현장간담회를 통해 ‘지역자원기반 경축순환농업 활성화’사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는 농업·축산·환경이 조화되는 지속가능한 농축산업을 도모하자는 것을 목표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농촌진흥청 등이 토양양분관리제 도입을 위해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이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화학비료 감축 중심의 환경 허용범위 내 적정 사육두수를 유지하며, 사육두수 감축을 통해 축산 냄새 저감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사육두수 감축에 대한 논의는 환경단체의 주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 숨 쉬기도 힘들 정도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호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올 여름 역대 최장기간 장마 등을 겪으며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이 기상 이변으로 인해 생겨났고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온실가스가 태양의 열에너지를 흡수하는 성질을 지녀 대기 잔류 시간이 약 200년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세먼지·초미세먼지와 관련, 농축산업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시각도 감추지 않고 있다.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공장과 자동차에서 가스가 배출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미세먼지가 전국에서 전북지역이 최고로 조사되었는데, 제조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전북지역의 초미세먼지가 많은 점은 축사 분뇨에서 배출하는 암모니아와 농작물을 소각하는 생물성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인 것이다.
농특위 박일진 축산소분과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발생한 여러 기후변화 징후를 보며 많은 두려움을 느꼈는데 축산업이 이처럼 부정적 측면만 부각된 것은 스스로 자초한 부분도 있는 만큼 인간의 무한욕망을 위해 달리지 말고 농업 공동체로서 상생을 위해, 더 나아가 생존의 기로에 놓인 인류를 위해 자아성찰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가축 사육두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가축사육총량제의 도입 필요성도 공론화됐다. 가축사육총량제는 네덜란드, 벨기에 등 국토면적이 작은 나라에서 먼저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1987년부터, 벨기에는 1995년부터 가축 사육두수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농가들은 제도 시행 직전 사육하던 축종별 가축의 수에 따라 초기 쿼터를 배정받고 그 이상을 생산할 경우 과징금이 부여되는 방식이다. 가축사육밀집지역에는 축산농가의 신규진입이나 증산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4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사육두수 총량제 도입을 검토하자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지만 사육두수 총량규제에 따른 축산업계의 반발로 더 이상의 이야기가 진행되지 못했다. 
축산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가축사육총량제를 찬성하는 이들은 기존 축산농가의 사육권을 보장하되 신규 진입은 제한 함으로써  안정적인 농장 운영과 사업의 전문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로 인해 농가의 사육권이 침해받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자본만 막아도 적정 사육두수의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가축사육두수 감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축산 암모니아가 초미세먼지 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규명이 없는 상황에서 초미세먼지에 대한 책임을 농축산업이 덮어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환경단체의 일방적 주장에 사육수수 감축까지 논하는 것은 농특위가 지나친 ‘환경주의’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들은 “축산물 자급률이 매년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육두수를 더 줄인다는 것은 식량안보를 포기한다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축분뇨 처리와 냄새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육두수 감축부터 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종농가와 축산농가는 가축분뇨 처리 문제로 농촌 현장에서 수도 없이 많은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에 농특위가 제시한 지역자원기반 경축순환농업 활성화 사업 역시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회 구성원 간의 협치와 합의를 가장 중요한 기조로 내세운 농특위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찬반여론을 뚫고 지역자원기반 경축순환농업을 완성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