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소가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낙농육우협회가 GDP(Global Dairy Platform)에서 발표한 ‘소가 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소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논문은 지구에서 소가 사라졌을 때 인류가 맞닥뜨리게 될 상황을 정리해 놓았다. 이에 영양·환경·문화·경제 등 각 분야별로 발생하게 될 논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젖소, 사람이 활용 못하는 폐기물 단백질로 전환해 제공
낙농, 온실가스 배출량 비율 2.7% 불과…우수 양분 공급
◆ 영양측면 영향
유제품은 품질이 우수하면서 구하기 쉬운 단백질의 중요한 공급원으로 전세계 인구의 식사 중 에너지의 5%를 공급하고 있다. 유제품이 공급되지 않으면 지금도 섭취량이 부족한 미네랄, 비타민, 양질의 단백질의 중요한 공급원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어린이의 영양에 있어서도 유제품은 ‘식물성대체음료’로는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북미 소아소화기·간장학·영양학회는 아몬드음료나 쌀음료 1잔에 들어있는 단백질의 양은 우유 1잔에 비하면 각각 2%, 8%에 불과해 유제품 대용으로는 부족함이 많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논문에서는 소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단백질 1㎏을 생산하기 위해서 6㎏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소가 섭취하는 대부분의 단백질은 건초, 생초, 사일리지와 같은 섬유질 등을 통해 얻어지며, 이것들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젖소가 먹는 사료의 약 86%는 인간이 먹을 수 없으며, 만약 소가 사라진다면 사람이 활용하지 못하는 폐기물을 사람에게 필요한 단백질로 변환하는 혜택을 동시에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환경측면 영향
전세계적으로 소 사육에 사용되는 토지의 약 70%는 영구 목초지다. 이 땅은 지형이나 토양 상태가 나쁘기 때문에 작물재배가 거의 불가능하다. 젖소가 이용하는 토지의 약 3%만 경작지로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논문은 만약 소가 사라진다면 소를 통해 식품생산에 이용되고 있는 토지의 대부분에서 본질적인 생산활동이 중단되거나, 화학비료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소가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소가 메탄(CH 4 ), 산화이질소(N₂O), 이산화탄소(CO₂) 발생원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 따르면 전세계 농업·임업 등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율은 24%로 이중 낙농은 2.7%만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낙농업의 영향이 다른 산업에 비하면 훨씬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출되는 온실가스 종류도 주목해야 한다.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주로 메탄으로, 강력하기는 하지만 비교적 수명이 짧고 최종적으로 공기 중에서 분해된다.
반면, 화석연료에서 생성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서 축적되므로 수 십년 동안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땅에서 화석연료를 채취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축에서 생성되는 메탄보다 훨씬 환경에 대한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탄소순환과 토양양분 관리에 있어서 소와 토지의 공생관계를 강조했다.
소가 먹는 풀과 잎은 소가 발생시키는 탄소의 흡수원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소가 배설한 분뇨가 탄소격리의 역할을 하며, 그것이 농지로 환원되면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소를 사육하지 않게될 경우 농가는 작물재배를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화학비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 축산현장에서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가축분뇨에서 전기나 자동차 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의 실용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논문은 소가 없는 세상은 소가 생산하는 유익한 유기비료와 양분을 활용하지 못하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 문화·경제측면 영향
논문은 소가 없는 세상으로 인한 영향을 가장 크게 느끼기게 될 곳은 소가 주요 소득원이고, 중요한 문화적 접점이 되고 있는 농촌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에서 약 6억 명이 약 1억3천300만 곳의 낙농목장에서 살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약 4억 명이 낙농·유가공업으로 생계를 영위하고 있는데, 소가 사라진다면 소를 매개로 한 커뮤니티가 활기를 잃을 뿐 아니라, 농작물의 흉작이나 식량·현금이 급하게 필요한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
개발도상국의 여성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성이 토지를 소유할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지만 가축은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낙농업은 여성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실제로 논문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3천700만명의 여성이 낙농목장을 경영하고 있으며, 약 8천만명의 여성이 낙농업 부문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세계 인구가 2050년에 10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고품질 단백질과 영양가 높은 식량원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논문은 소가 없는 세상에서 이러한 영양부족을 메우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우려하면서, 식량공급과 농촌문화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는 낙농업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모습과 그 역할, 다면적인 기능을 보다 폭넓게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