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정부가 낙농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낙농 제도를 바꾸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의 낙농 제도로는 소비구조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다 관세제로를 앞두고 가격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밝힌 이번 낙농제도 개선 추진 배경을 살펴봤다.
“자급률 급락…생산시스템 변화 필수”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년간 국내 낙농산업이 지속적으로 위축되어 왔으며, 현재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산업의 미래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국내산 원유의 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2001년 77.3%에서 2020년 48.1%까지 떨어졌으며, 그 원인으로 소비구조의 변화에 생산구조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국민 1인당 마시는 우유(음용유) 소비량은 2001년 36.5kg에서 2020년 31.8kg으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동안 유제품의 소비는 63.9kg에서 83.9kg로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생산은 여전히 음용유에 맞춰져 있는데다 국내산 가공 유제품도 수입 가공 유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국내 원유 생산은 2001년 234만톤에서 2020년 209만톤으로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65만톤에서 243만톤으로 증가했으며, 2026년부터 미국·유럽산 치즈와 시유의 관세가 철폐되는 것을 시작으로 시장개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음용유 소비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음용유 위주의 생산이 지속될 경우 국내 생산은 현재 연간 음용유 총 소비량인 175만톤 수준 이하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20여년 간 국내 원유 생산구조가 소비구조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게 된 근본 원인은 현재의 낙농산업 질서를 규정하고 있는 제도가 소비구조의 변화에 맞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쿼터제, 생산비 연동제 한계
현재 낙농산업은 쿼터제, 생산비 연동제, 정부의 차액보전을 주축으로 유지되고 있다.
쿼터제는 생산자가 유업체에 비해 약자의 지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생산자의 생산 안정성을 보장해 줄 목적으로 운영되어 왔지만 현재는 콜드체인, 유제품 가공 등 기술의 발전이 이어지면서 쿼터제의 의미가 약화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 2015년 쿼터제가 폐지되기도 했다.
생산비 연동제 역시 과거 우유가 부족했던 시절 우유 생산을 늘리고 낙농가와 유업체가 매년 실시하던 원유가격 협상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도입됐지만 음용유 소비가 감소하면서 공급측면의 가격인상 요인만을 반영하는 생산비 연동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020년 기준, 국산 원유 가격은 리터당 1천83원 수준으로 미국 491원, 유럽 470원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며 격차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