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2025.05.28 11:27:38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질병 걱정 없이 가축을 사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RRS 걱정없이 돼지를 키울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적용된 PRRS 저항성 돼지의 출현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 첫 소식은 해외에서 들려왔다.
세계 최대의 다국적 종돈기업인 PIC에 따르면 수년에 걸친 연구와 검증 과정을 거친 끝에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PRRS 저항성 돼지 생산을 위한 유전자 편집기술을 승인 받았다. 미국 정부가 자국내에서 상업용 돼지에 대해 해당 기술을 사용하고, 그 돼지에서 생산된 고기가 소비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의미다.
PIC는 번식능력과 성장 속도 등 PRRS 저항성 돼지의 경제성은 물론 이 돼지에서 생산된 고기의 품질도 일반 돼지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PRRS로 인한 경제적 피해, 동물약품 사용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이번 FDA의 승인이 전 세계 양돈산업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PRRS의 그늘에서 허덕이고 있는 국내 양돈산업계 역시 큰 관심과 함께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다만 PRRS 유전자 편집 기술이 상용화 되고, 그 실질적인 혜택이 양돈현장 까지 전달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한 육종전문가는 “미국이라도 증식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고, 이 돼지를 사용해 양돈현장의 PRRS를 없애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추가될 수도 있다”며 “더구나 우리나라는 해당 기술을 다룰 행정 부서나, 제도적인 기반조차 없다. 미국에서 상용화 된다고 해도 국내 도입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종돈업계와 공동으로 PRRS 저항성 돼지를 개발중인 국내 한 수의학자도 이러한 문제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하고 있다.
반면 남미 일부 국가들은 물론 일본까지도 PIC의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유전자 기술 적용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끌고 있다.
얼마전까지 캐나다 종돈장인 제네수스사의 사장을 맡아왔던 짐롱 박사의 경우 FDA가 유전자 관련 기술이 적용된 연어를 승인했지만 소매 및 외식업체 상당수가 판매를 거부, 결국 해당 연어 개발 회사가 사실상 폐업 상태에 이르고 있는 사례까지 지적하며 강한 우려를 표출했다.
그는 “PIC의 자체 설문에서도 소비자의 28%가 PRRS 내성 돼지고기의 구매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만 연간 2천500만두의 돼지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유럽에서 유전자 편집기술이 승인될 가능성은 희박할 뿐 만 아니라 유전자 편집 기술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출의 장벽이 될 수도 있다”고 직격했다.
국내 육종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하루빨리 유전자 편집 기술과 식품에 대한 논의와 함께 제도 정비가 이뤄짐으로써 양돈산업은 물론 소비자 혼란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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