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은 소, 돼지 등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동물에서 입ㆍ혀ㆍ코ㆍ발굽ㆍ젖꼭지 등에 물집과 딱지 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악성가축전염병이다. 구제역은 감염될 수 있는 동물 종류가 많다. 특히 바이러스의 전파속도가 빨라서 급속히 확산되는 까닭에 국제교역상 매우 중요한 질병으로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구제역 발생 국가에서는 우제류의 동물은 물론 그 생산품까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과 2002년에 구제역이 발생해 사회적ㆍ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최근 이웃 국가인 중국을 비롯 이스라엘, 터키, 말레이지아, 베트남 등 여러 곳에서 구제역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나날이 인적 물적 교역량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2006년~2007년 지속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구제역, 돼지콜레라 등을 경험하면서 차단방역과 소독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장에서 악성가축전염병 등 질병들이 발생하고 있다면 차단 방역활동에 무슨 문제점이 있었을까? 대부분의 경우 기본적인 방역활동에 무관심하거나 소홀하다는 점이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일정한 행정구역내에서만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이 다른 관내의 농장에서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농가가 있다는 점도 중요한 사항이다. 실제 방역활동에 임하면 ‘막연히 생각하는 방역과 행동하는 방역’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농장, 돈사 등을 출입하는 사람은 철저하게 제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조치사항이 없이 돈사를 출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농장을 출입하는 외부인은 엄격한 방역조치를 요구하면서도 돈사 등의 출입이 가장 많은 축주나 관리자 자신에게 방역조치가 가장 관대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가장 확실하고 철저한 소독조치나 차단방역을 적용해야 할 사람은 축주 자신일 것이다. 돈사 출입시 자신의 차단방역이 어떠했는지를 스스로 반문하고 손을 소독하는 한편, 가능하다면 돈사마다 장화를 준비해 양돈장 내에서도 장화를 신고 돌아다니지 않는 등 차단방역의 개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축방역은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의식이 재정립돼야 한다. 무엇보다 어느 농장 하나 때문에 주변의 많은 농장이 고통 속에서 많은 피해를 감수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나 한사람 쯤이야”하는 의식이 “나 한사람 때문에”라는 의식의 도덕적 책임감으로 무장되지 않는다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축산농가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 가축의 입식과 출하, 그리고 농장을 출입하는 모든 사람 및 차량에 대한 기록이 정확해야 질병이 발생했을 때 정확한 방역조치가 이뤄질 수 있고 질병이 전파되는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록은 농장 스스로도 불필요한 부분들을 확인하고 절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악성가축전염병이 유입될 때마다 책임이 국경검역에 있다고 할 것인가? 농가의 차단방역 부실이라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 전염병이 유입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므로 불안에 떨고만 있어야 하는가? 선진국의 방역체계에서 우리는 그 답변을 찾을 수 있다. 미국, 호주 등 농축산물 수출국에서도 구제역 등 악성전염병은 항상 유입 가능한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따라서 질병이 유입됐을 때를 대비한 초동방역시스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및 세계 여러나라에서 발생한 구제역 방역을 통해 얻은 교훈은 ‘신속한 방역활동’만이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초동방역과 신속한 방역활동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그것은 양돈장에서 의심축이 발생했을 때 신고로부터 시작된다. 농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신고 되느냐가 초동방역의 승패를 정하게 된다. 의심환축의 조기 신고,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그리고 발생농장 및 인근지역의 방역조치는 질병 확산방지의 삼박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제역 재발방지를 위한 평시방역체계의 중요성과 및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정부, 지방자치단체, 농가에서 각자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