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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르뽀 / HPAI 발생 100일 그 후 전북 익산의 양계농가들은(下)

방역체계 재정비 과제로 남아

이희영 기자  2007.03.07 14: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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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희영 기자]
 
- HPAI로 인해 강제폐기 조치가 취해진 농장에 입식된 병아리들이 농가들의 희망을 안고 커가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6차례에 걸쳐 발생한 HPAI로 인해 전국 4백53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2백72만여 수의 가금류가 강제폐기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폐기로 인한 보상금을 비롯해 소비위축으로 인한 가격하락 등으로 전체 가금류 사육농가들의 피해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03년 HPAI 발생 당시에는 강제폐기된 5백60만수를 비롯해 사회 전체의 후생 감소로 인한 피해규모는 최대 3천3백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었다.
이와 함께 HPAI 발생으로 인한 대규모 강제폐기 제도를 놓고 사회의 비판적인 시각이 나타나는가 하면 강제폐기 및 수매과정에서 보상금을 놓고 갈등이 야기되기도 했다.
특히 HPAI가 철새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다시 발병될 수 있다는 점은 HPAI 방역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이와 함께 AI의 인체감염 가능성 등으로 양계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높아진 반면 양계농가들 스스로에게는 방역의식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 정책적, 사회적으로 타 축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 받아온 양계산업이지만 수십억원을 투자한 일부 최신식 시설을 갖춘 양계장들이 언론과 정책당국에 소개되면서 양계농가들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는 계기도 됐다는 것이 양계인들의 생각이다.

좌절은 있었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최초 발생지역인 익산지역의 양계농가들은 병아리 입식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HPAI 발생 1백일이 되는 지난 3월1일 찾아간 전북 익산의 양계농가들은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비록 강제폐기로 인해 마음고생은 물론 경제적인 손해도 발생했지만 천직인 양계업을 그만둘 수 없다는 생각에 입식이 허용된 이후 아픔을 딛고 하나 둘씩 병아리 입식을 시작했다고 양계인들은 설명한다.
전북 익산에서 토종닭 5만여수 규모의 신원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양기씨는 “HPAI 발생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양계농가들은 정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 동안 고생은 많았지만 천직인 양계농장을 그만둘 수 없어 병아리를 입식해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다시는 HPAI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상처뿐인 영광…해결과제 산적
HPAI로 인해 강제폐기 조치를 당한 전북 익산의 또 다른 양계농가는 “처음 당한 일이라 방역당국에서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랐지만 앞으로는 절대 방역당국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폐기 과정에서 마음고생은 물론 경제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강제폐기 조치가 확정된 이후 방역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결과는 강제폐기로 인한 경영공백으로 막대한 금전적인 피해가 불가피했다는 것.
전북 익산지역에서 토종닭을 사육하고 있는 은혜농장 정재준씨는 “강제폐기 보상금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적어 당혹스러웠다”며 “토종닭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육계를 기준을 기본으로 보상금이 책정됐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사료가격 상승 등은 감안하지 않고 2003년도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더욱이 HPAI가 산지가격이 낮아지는 소비 비수기인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발생되면서 시가보상의 경우 생산비보다 오히려 낮게 책정되는 경우도 생겼다고 이 지역 농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산지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형성됐을 경우에는 산지가격보다 생산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종계장의 경우 종계육성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책정된 보상금은 기대소득에 턱없이 부족해 영업공백에 따른 손실은 물론 현실과 다른 보상금 문제도 그대로 농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강제폐기에 따른 농가불만, 대규모 강제폐기에 따른 부정적인 사회인식, HPAI의 재발 위험성 등은 앞으로 가금업계와 방역당국이 풀어야할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