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 쇠고기의 수입재개 분위기가 한우업계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가축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1일 강원도 횡성가축시장은 우려했던 홍수출하나 가격폭락 상황은 없었지만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장이 문을 여는 새벽 6시를 훨씬 앞선 새벽 4시. 이미 시장 주차장은 장외거래를 하려는 차들로 가득했고, 시장 울타리를 따라 새 주인을 기다리는 소들이 줄지어 묶여 있었다. 얼핏 보기에 일반 농가들 보다는 우상인들이 훨씬 많아 보였다. 이들은 ‘지금 팔지 않으면 다음번 장에는 더 떨어진다’는 식으로 농가들과 거래를 유도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농가는 “두 번째 새끼를 가진지 5개월 되는 암소를 지난 장에 370만원에 팔았다” 며 “다음 장에 더 떨어진다는 불안한 마음에 팔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불안한 시장상황이 농가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 이날 새벽 6시. 시장이 문을 열고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된다. 장내로 쏟아져 들어온 소들과 이들을 사고파려는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새벽 우시장은 강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장외거래를 하던 우상인들은 시장 내에서도 가장 활발히 움직였다. 단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사람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사람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한 우상인은 “시세에 따라 우시장도 그 모습이 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세가 좋을 때 우시장의 모습은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기분 좋게 거래가 성사돼 전체 우시장의 분위가 좋지만 시세가 불안할 때는 서로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하고 있어 시장 전체의 분위기가 살벌(?)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우시장의 모습은 후자에 가까웠다. 신경이 날카로워서인지 시장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는 격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바다건너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이 우리나라 시골장터의 순박한 農心마저 어지럽히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