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조금 깊이 있게 이 협상을 보면 농업분야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타산업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이번 협상의 목표였다. 즉, 농업분야는 얻을 것이 하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적게 잃을 것이냐 하는 것이 쟁점이었다. 자동차·섬유·무역구제분야 등에서 얼마나 얻어내고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을 언제 내주느냐가 끝까지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쌀을 제외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도 연근해 미국 국적선 만의 해운수송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것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최후까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문제를 OIE(국제수역사무국)판정이후 절차에 따르겠다고 한 것은 선방한 것이었으며 미국의 요구는 당초부터 무리한 것이었다. 대개의 축산물이 10년이후 관세가 철폐되고, 세이프가드, TRQ 확보, 냉장육과 냉동육의 구분, 탈지분유와 전지분유는 현행관세를 유지하며 사료용 옥수수와 대두의 관세를 철폐했다는 것 등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0년이 지나면 이번 협상 담당자들은 아마 현직에서 다 물러나 있을 것이다. 우선 타결 결과가 축산업계에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가져올지 냉철히 따져보고 그다음 축산업계를 떠나는 분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축산농가, 가공유통업자 등 축산업계 전체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대책이 나온 후에야 이번 협상의 결과를 평가할 수 있다. ‘A+’혹은 ‘수’를 받고 싶다고 하는 협상주역들은 보다 겸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가하면 망하게 되었다고 하는 통곡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쉬운 것은 덕을 보는 산업계의 소리는 요란한데 생사가 엇갈리는 농업계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선대책 후비준’을 선언했는데 국회는 이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대선에 밀려 올해는 후딱 지나가고 축산업계는 불확실성 때문에 혹시 그만 포기하는 업자들이 속출할까 걱정이다. 미국 축산의 규모의 경제, 장치산업화 되어있는 축산시설, 종축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우리의 육종,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사료수입, 이런 여건 하에서 우리 소비자들이 우리 축산물을 선호하도록 할 수 있을까? 이러다가 우리 축산은 산업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세계의 농업, 무역정보를 다 쥐고 있는 미국의 대기업적 축산농가, 사료곡물을 독점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자동차, 섬유의 손실대신 쇠고기를 붙들고 늘어진 미국정부의 농업정책에 맞붙어 싸워야한다. FTA는 미국뿐만 아니라 향후, 유럽·중국·일본 등 수많은 국가와 체결할 수 밖에 없는 국제경제 사회의 흐름인 것을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농업도 이제는 확실한 구조조정으로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 가능성이 있는 품목, 시장에 맡겨야 할 품목, 포기할 수 없는 품목을 확실하게 구분하여 차별화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논리로 안 되는 품목을 지키려고 할 필요는 없다. 경쟁력은 사람에서 나온다. 경쟁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농업인을 구분하여 경쟁 가능성이 있는 농업인에게 산업정책을 집중하고 그렇지 못한 농업인은 복지정책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정책이 수반 되어야 한다. 이제 자신 없는 축산인은 스스로 떠날 수 밖에 없다. 앞으로의 정책은 한미FTA 타결 이전의 틀을 완전히 깨어버려야 한다. 이런 것들은 관련법규의 제정과 개정을 통해 입법화되어야지 정부 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여기에 수반되는 예산도 법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축산농가·유통가공업계·학계의 전문가 등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살길을 찾아야 한다. FTA 타결 결과 우리경제 전체가 이익이 된다고 본다면 덕이 되는 산업은 그 반사이익을 손해 보는 산업에 돌려야 한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즉,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농업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고, 선진국치고 농업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는 것을 우리도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 뿐만아니라 축산 농가를 비롯한 농업인 모두가 새로운 각오로 새 시대를 열어 가는데 최선을 다해, 10년 후에 G7에 들어가는 선진복지국가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