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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소시모 인가?

■ 기자수첩/ 이동일 기자

이동일 기자  2007.06.09 11: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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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터진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과 재경부의 연구용역 의혹이 업계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소시모는 지난 3월 ‘국내 쇠고기 값 세계 1위’라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해 그 동안 한우협회와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한미FTA의 쟁점 사항인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가 논의되는 시점에서 터진 이 같은 보도는 한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심어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길거리에서 한미FTA 반대를 외치던 축산농가들은 하루아침에 폭리를 취하는 파렴치한으로 몰렸다. 그러던 차에 터진 재경부 연구용역 의혹은 안 그래도 울고 싶은 축산업계에 뺨을 때린 격이다.
소시모측은 당시 연구결과 발표가 재경부 주문과는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업계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소시모에서 한우가격이 비싼 이유가 엄청난 유통마진 때문임을 전혀 몰랐을까? 또,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유도하는 것이 진정 소비자를 위하는 것인가?
축산농가들의 입장에서 소시모는 다른 어떤 소비자 단체보다 친숙한 단체였다. 특히 축산물 브랜드 인증사업을 추진하면서 축산물 브랜드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던 점에서 농가들에겐 믿을 수 있는 단체로 인식돼왔다. 그런 단체가 재경부 주문으로 ‘한우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발표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자체에 농가들은 심한 배신감과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보도가 나간 직후 만난 남호경 한우협회장은 “축산업계의 동반자인 줄 알았던 소시모가 이러한 사태를 불러왔다는 점에 심한 실망감을 느낀다”며 “소비자단체 본연의 업무를 저버리고 정부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고, 축산농가에게 직격탄을 날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 시간 이후 축산과 관련된 모든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자단체와 소비자단체의 관계는 서로 존중하며 권력이나 돈에 휘둘리지 않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본자세를 지키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신뢰를 사긴 어려울 것이다. 때론 정부와 협력하고 자본과 손을 잡더라도 어디까지나 소비자, 생산자의 권익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행동해야 한다.
소시모의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로 인해 축산업계와 소시모 사이에 거리가 벌어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