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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금이라도 생산자 단체와 대화해야

한·EU FTA 저지 원정투쟁을 다녀와서<하>

기자  2007.10.13 11: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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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환 회장 - 대한양돈협회
■ 기고 / 김동환 대한양돈협회 회장

한·EU FTA가 연말 내지 내년 초 타결이라는 목표를 갖고 공격적 FTA의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FTA의 디딤돌이 필요한 한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협상에 EU 측은 돼지고기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주요품목임을 분명히 하고 한·미 FTA와 같이 6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할 것을 요구하는 등 EU측은 이번 협상에서 한·미 FTA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잘못된 한·미 FTA의 영향이 연쇄적으로 파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이러한 연속적인 FTA는 계속적인 국내 양돈산업의 희생을 요구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한·EU FTA 원정투쟁에서 이뤄진 한·EU FTA의 EU측 협상대표인 가르시아 (Ignacio GARCIA BERCERO) 대표와의 면담에서 이를 확인할수 있었다.

# 협상 전 최소한 생산자단체와 교감을 해야
물론 우리 측은 한·미 FTA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국내적으로 민감한 품목에 대한 예외적 취급과 함께 EU측 수출 보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지만 한미 FTA때와 마찬가지로 돼지고기를 마지막 협상때 빅딜의 희생양으로 내주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또한 협상에 임하기 전 생산자단체와 만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 역시 심각한 문제이다. FTA를 통해 피해가 뻔히 예상됨에 불구하고 생산자단체와 어떠한 사전협의나 교감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미 FTA에서도 협상 막바지에서야 협상 내용이 밝혀져 농가들을 허탈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EU FTA협상도 한·미 FTA 협상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 EU, 세계 최대의 농축산물 수출국가
하지만 EU가 어떤 곳인가. 지난 2005년 기준으로 세계 전체 농산물 수출액의 10%인 841억 달러를 수출하는 세계 최대의 농업생산국이며, 농업생산액이 미국의 1.5배에 이르는 농업대국이다. 농업 자립기반이 취약한 한국의 현실로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FTA가 진행되면 마치 어른과 어린 아이의 권투시합처럼 상대가 안 되는 불공정한 시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를 팔기 위해 돼지고기를 빅딜하는 것은 안된다.
또한 EU는 세계 최대의 수출보조금 지급 국가로 WTO 회원국 전체 수출보조금의 85~90%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EU 농산물 수출액의 6.6%(1998~2002년 평균) 수준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보조금 정책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나마 쌀에 편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이 될 수가 있겠는가.
특히 한·미 FTA때와 마찬가지로 돼지고기를 마지막 협상시 빅딜의 희생양으로 내주어서는 안된다. 김한수 한국대표는 EU에서 돼지고기의 경우 보조금이 거의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EU에서 돼지고기에 대해 보조금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것은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품목의 경우 철저한 보호를 하고 있다.

# FTA 선대책 후협상 진행돼야
왜 우리 정부는 EU와 같이 민감품목에 대한 보호의지가 없는가? 한국의 대부분의 농민이 EU의 농민보다 가난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불공정한 경쟁체제에 놓여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의 농민 모두가 반대하는 FTA는 누구를 위한 FTA인지 되묻고 싶다. 더욱이 한미 FTA 협상후 농업 관련한 어떤 대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한 EU FTA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래서 선 대책 후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생산자단체와 보다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이번 협상을 ‘5천년 만에 찾아온 기회라며,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는 김한수 한국 측 협상대표는 보다 책임감을 갖고 350만 농민의 EU와 FTA 반대 입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농민의 생존권을 계속 정부가 무시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우리 농민들은 절대로 농업주권을 내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