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자루를 가득 실은 트럭이 보인다. 트럭은 포클레인이 있는 인근 밭으로 향한다. 자루에는 아직도 퍼덕거리는 닭들이 실려 있다. 지난 4일 찾은 전북 김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농장. 이 농장에서는 이틀째 닭 살처분 작업이 한창이다. 오늘까지 일이 끝나면 모두 15만 수 이상을 살처분한다. 이곳 분위기는 ‘침통’, ‘허탈’ 그 자체다. 자식같이 키운 닭들을 모두 살처분해야 하는 농장주의 심정은 오죽할까. 출입이 제한된 탓에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방역요원은 숨 가쁘게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안타까움의 탄식소리도 새어나온다. 포클레인 손길이 이처럼 미운 적이 또 있었을까. 대기 중이던 방역요원과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는데 이 농장에만 200여명이 넘는 방역요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그는 “딴 생각하고 안하고 그냥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 속편하다”며 지금 마음을 나타냈다. 현장은 온통 하얀색이다. 길바닥에는 새하얀 소독용 생석회가 넘쳐난다. 너무 질퍽거려 걷기에도 불편할 정도. 그리고 줄지어 농장으로 들어서는 방역요원의 방역복도 유난히 하얗게 보인다. 농장으로 들어가는 도로마다에는 방역초소가 마련됐다. 초소에서는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소독 물줄기를 내뿜고 있다. 도속도로 출구에서 농장까지는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와 같은 방역초소를 세 번 만나게 된다. 다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사진왼쪽 위부터> ① 닭들이 실려 있는 트럭과 매몰 작업을 하는 포클레인이 보인다. ② 방역요원들이 닭들을 자루에 담아 트럭에 싣고 있다. ③ 하얀 생석회를 바닥에 뿌리는 방역요원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④ 인근에는 도로마다 방역초소가 설치돼 차량소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