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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를 찌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상>

■기고/ 김 재 홍<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기자  2008.04.16 15: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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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균동물 전이 가능…상시방역체계 갖춰야

2월까지의 조류인플루엔자 특별방역기간이 끝나고 구제역 특별방역기간으로 넘어간 지 한달여만에 느닷없이 H5N1 바이러스에 의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했다.
4월 13일 현재, 전북 김제로부터 정읍과 전남 영암까지 확산됐고 양계장 이외에 육용 오리농장에도 감염돼 많은 폐사를 유발했다고 한다. 최초 발생농장이 실제로 어디인지는 조사해 보아야 할 일이지만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궁금한 것이 무척 많다. 겨울철에만 발생한다던 HPAI가 봄철에 발생한 것이 우선 궁금하다. 겨울철에만 강조되는 특별방역기간은 무슨 의미인가. 오리에는 감염돼도 무증상이라더니 어째서 정읍에서는 50%가 죽었나. 이번에는 새로운 변종의 H5N1 바이러스가 들어왔나.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위험한지 등등.
흔히 HPAI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은 겨울철에 주로 발생한다. 국내에서도 2003년, 2006년에 각각 다른 H5N1 바이러스에 의해 겨울철에 나타났다. 역학조사 결과, 때가 때이니만큼 철새에 의한 유입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됐다.
실제 2006년 12월에는 천안의 발생지역 인근 철새 도래지에서 가금류의 것과 동일한 H5N1 바이러스가 확인돼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4월이면 철새에 의한 유입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설령 지난 겨울 초입에 어떤 철새가 H5N1에 걸려 날아왔다고 가정하더라도 철새가 돌아갈 2~3월 쯤이면 그 집단에서는 바이러스가 소실되는 시점이다. 집단적으로 HPAI 바이러스에 감염이 돼도 일정시기 후에는 면역이 되어 회복되기 때문이다.
다만, H5N1 바이러스가 감염된 철새로부터 다른 종류의 야생조류로 전파되고, 또 다시 여러 종류의 야생조류로 추가 확산됐다면 야생조류에 의한 전파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국내의 많은 야생조류가 HPAI에 감염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HPAI가 토착화됐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만큼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된다. 필자의 견해로는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 겨울이라는 긴 기간동안 발생이 없었으니까.
인도네시아와 같은 열대 동남아국가에서는 AI가 연중 발생한다. 환경온도와 무관하다는 말이다. 답은 보균동물에 있다.
이런 나라에서는 2003년도 HPAI 발생 당시 초동방역 실패로 전국으로 H5N1 바이러스가 확산됐고 결과적으로 야생조류와 사육오리 등 가금류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감염조류는 전염원의 역할을 하므로 외부온도와 상관없이 연중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즉, 새로운 감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또 우리와는 달리 축사가 아닌 야외에서 오리를 방사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가금류가 야조와 접촉해 감염될 위험도 그만큼 많고, 시골 집 뜨락에서 키우는 가금류도 많아서 감염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인체 감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HPAI 발생국으로부터는 어떠한 조류나 가금산물도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감염된 조류의 알이나 조류를 밀수하거나 해외 여행객에 의해 이런 위험물질이 밀반입된다면 HPAI는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관상조류나 알을 밀반입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국내에서도 심심챦게 보도되고 있고 영국이나 대만, 나이지리아의 경우 밀수입한 조류에 의하여 발생한 전례도 있다. 사람이 문제이다.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일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낮지만 봄이나 여름에 동남아시아나 중국을 거쳐서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철새도 많다. 따라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 외에는 발생 계절이 반드시 겨울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특별방역기간이란 매우 위험한 기간에 위험성을 최대한 감소시키고, 경각심을 고취하는데 목적이 있을 뿐 이 기간에만 발생한다는 뜻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