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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금 보다 무서운 ‘현물양도담보’

사료업체 여신 ‘안전장치’ 활용…불공정 논란 표면화

이일호 기자  2008.05.09 16: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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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묻지마 사인’ 농가도 문제…현물담보 양성화 등 대안 시급

대한양돈협회는 최근 ‘현물양도담보’ 로부터 비롯된 충남부여 소재 H농장과 사료업체의 분쟁과 관련, 이해당사자간에 원만한 해결을 해당업체에 공식 요청했다.
양돈협회는 특히 양돈농가의 법적 무지로 인해 선의의 불이익을 당할 경우 양돈농가 보호차원에서 적극 대응해 나갈 것임을 경고하고 나서는 한편 양돈농가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등 현물양도담보에 대한 논란이 표면화되고 있다.

■현물 소유권 채권자에 넘어가
그동안 일부 사료업체들은 정상적인 담보능력이 없는 양축농가들에게 외상사료 공급이나 대출의 조건으로 사육중인 돼지를 대상으로 한 ‘현물양도담보’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료업체 입장에서는 현물담보와는 달리 계약과 함께 현물의 소유권이 사실상 채권자에게 양도됨에 따라 대출금 변제 등 계약내용을 이행하거나 준수치 않을 경우 현물(돼지)의 매각 등 채권자 임의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물양도담보가 더없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반면 채무자에게는 사채업자들의 고리대금 보다 더 위험할수도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 상당수 양축농가들은 현물양도담보에 대한 사전 지식없이 사료업체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관행처럼 이뤄져온 현물담보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착각, 계약에 이르는 전과정을 사료회사측에 위임하다시피 하면서 자신이 맺은 계약내용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사료업체에 사육중인 돼지를 현물양도담보로 제공한 뒤 대출을 받았다가 해당 사료업체로부터 아무런 사전통고없이 사육중인 돼지를 터무니 없는 가격에 정리당한 H농장의 경우 최근에 불거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 ‘농가무지’ 변명 안돼
양축농가들은 이같은 현물양도담보의 폐해에 대해 “기본적으로 법적 지식이 부족한 데다 외상사료나 대출을 받는 농가가 불리한 입장에 설수 밖에 현실을 악용한 사료업계의 횡포이자 불공정 계약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돼지까지 잡힐 정도의 절박한 상황에서 설령 사료업체의 제안이 공평하지 않더라도 이를 외면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료값 폭등으로 인해 양돈농가들의 경영여건이 악화, 현물양도담보로 인한 농가 피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물론 현물양도담보가 제공자의 자의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양축농가들이 보여온 자세도 단순히 ‘무지’에서 비롯된 관행 수준으로 치부돼선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거래업체에 대해 신뢰를 저버리는 일부 양축농가들의 비양심적 행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관리가 어려운 현물담보의 한계를 악용, 이중담보로 제공하거나 외부 판매후 잠적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료업체들이 현물양도담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행위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양축농가들도 일부 책임을 피할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현물양도담보를 제공한 농장들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키는 것인 만큼 도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을수도 있다”면서도 “오죽하면 회사이미지 악화 부담까지 감수하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겠느냐”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에 빠진 농장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중개상을 통해 돼지일부를 정리한 H농장 역시 사료업체 입장에서는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덕성 논란 못피해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양축농가와의 ‘공생’을 부르짖어온 사료업계이기에 현물양도담보 요구와 무자비한 실력행사에 따른 도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수는 없다는게 양축가들을 비롯한 축산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현물양도담보가 양축가와 사료업계의 상호 불신이 그 탄생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측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담보관리 방안을 전제로 현물담보제도를 양성화, 적극 활성화함으로써 현물양도담보를 대체토록 해야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현물양도담보를 통한 계약이 이뤄진 후에는 채권자가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계약이전에 담보조건의 의미를 숙지하는 등 양축농가 스스로 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피해를 입지 않는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