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의 한우 사육현장을 찾았다. 한미쇠고기 수입협정 정부고시 발표 이후 사료 값 부담과 소비부진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한우농가의 현실을 직접 살피고 흐트러진 농심을 달래 보겠다는 것이었다. 한총리의 이번 방문은 이전의 이명박 대통령 방문 때와는 또다른 의미로 한우농가들에게 다가왔다. 미산 쇠고기 수입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가장 큰 피해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촛불’ 의 그늘에 가려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외면받아온 한우산업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질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던가. 기대감에 들떠 있었던 농심은 한총리를 배웅하고 돌아서는 순간 싸늘하게 식어 있었음을 느낄수 있었다. 총리가 농장에 머물렀던 시간은 약 15분 정도. 자리를 함께했던 한우농가들은 바쁜 일정을 이해하면서도 그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현장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 의혹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았다. “농장 한번 둘러보면 여론이 진정되는 줄 아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일각에서는 “총리의 태도를 보면 붕괴위기의 한우산업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물론 총리의 농장방문 한번으로 ‘큰 선물’ 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어쩌면 “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노력하겠다”는 한승수 총리의 한마디에 만족할 수 도 있다. 문제는 이 발언에 대한 진정성이 한우농가들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 다는 점이다. 농장견학을 위한 방역복 착용 과정에서 “날씨도 더운데 (총리가)꼭 방역복을 입어야 하느냐”는 의전담당자의 질문에 “그렇게 더우면 시원한 총리실에 있지 뭐 하러 농장에는 오느냐”는 민감한 반응도 이러한 분위기가 배경이 됐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높은 분들의 말 몇 마디를 던지거나 카메라를 대동하고 현장을 찾는 ‘전시행정’ 으로는 상심에 빠져있는 한우농가들을 위로 할수 없다. 진정 농가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한우농가들이 바라는 정부상임을 인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