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부족 재입식자금 대출 ‘좁은문’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가금업계를 괴롭혔던 HPAI의 모든 방역조치가 해제된 지 7월 30일로 꼭 한 달이 됐다. 올해 발생한 HPAI의 중심에 있었던 전북 김제, 정읍지역의 양계농가들은 HPAI로 인한 후유증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 HPAI 최초 발생지역인 김제 용지면을 찾아갔다. 용지면의 산란계 농가들 대부분은 아직도 HPAI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용지면의 경우 양계장만 102개에 달하는 양계밀집지역으로 HPAI 이전에 이들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닭만 230만수에 달했으나 이번 HPAI로 80%에 달하는 180만수가 살처분됨에 따라 활기를 잃어버린 동네가 돼버렸다. 특히 이 지역의 한 양계농가는 정부로부터 받은 살처분 보상비는 이미 밀린 사료값 등을 청산한 뒤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아 재입식은 고사하고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용지면 송원농장의 박광식 대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양계에 손을 땔 수밖에 없는 상태까지 오게 될지도 모른다”며 “재입식을 위해서는 재입식자금을 대출받아야 하지만 담보부족으로 그림의 떡이라며 정부차원에서 특례적용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제 황산면에서 종계를 생산하는 황산농장 이진영 대표는 “종계 6만수를 지난 4월 22일에 살처분 시켰으며 이후 지금까지 3개월 동안 소득 한 푼 없이 지내고 있다”며 “지금 당장 종계를 입식한다 하더라도 실제 병아리 생산, 판매해 소득이 발생하기까지는 앞으로도 1년 이상 소요되는데 아직 입식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자체에서 아직 시험사육을 위한 닭을 입식시켜 주지 않고 있다”며 “하루속히 입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계사 소독 작업하는 것으로 일과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곳도 있었다. 익산시 망석면에 위치한 화정농장 주병환 대표 “지난 5월말에 사육 중이던 토종닭 1만3천여수를 살처분 했으며 6월초 재입식에 들어갔다”며 AI의 악몽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근의 금성축산 소삼 대표는 “익산에서 AI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양계농가들은 경제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도 끔찍하다”며 “하지만 양계업이 천직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시 입식을 시작하고 지금 토종닭을 키우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이번에 살처분 조치가 이뤄진 양계농가들은 살처분 매몰지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한 양계농가는 “AI가 재발될 경우 살처분 닭을 매몰할 지역도 땅도 없다”며 “농장에 소각장 등을 설치해 매몰지 부족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AI 발생지역의 양계농가들은 AI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들이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