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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따르려니 ‘초심’ 부담되고…

■ 딜레마에 빠진 양돈자조금사업

이일호 기자  2008.09.29 10: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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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예산 한정 불구 양돈현장 ‘무한기대’ 팽배
현안 중심 사업 관심…소비홍보 비중 감소
‘전가의 보도’ 인식 금물…보수적 방향설정을

지난 19일 양재동 aT센터의 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에서 열린 ‘2009 양돈자조금 사업계획 예산소위원회’ 에 참석한 박종수 한국자조금연구원장(충남대 교수)은 내년도 예산초안에 대해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놓았다.
“자조금 사업은 그 모태가 된 법(축산물소비촉진에 관한 법률)이 지향하는 취지에 부합돼야 한다. 소비촉진이 그 기본목적 아니었나”
이에대해 다른 참석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모습이었지만 더 이상의 깊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론과 원칙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는 양돈자조금사업의 현실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TV·라디오 광고예산 감소
양돈의무자조금 출범 원년인 지난 2004년 소비홍보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TV·라디오 광고 25억9천1백만원을 포함해 모두 36억3천9백만원. 전체 예산 50억7천9백만원의 71.6%에 달하는 규모다. 이후 전체 사업 가운데 80% 이상을 차지하던 소비홍보사업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그 비중이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총 1백45억4천만원의 예산 가운데 53.4%인 77억7천만원이 소비홍보사업 부문에 배정돼 지난 2004년과 비교해 그 비중이 20%P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양돈자조금사업 조성규모와는 달리 TV·라디오 광고비 예산이 정체 또는 감소하면서 지난 2005년 이후 소비홍보사업 규모가 70억원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TV 라디오 광고를 줄여야 한다” 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지금까지의 분위기만을 감안한다면 내년 예산 역시 소비홍보사업 비중은 올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게 양돈자조금관리위의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는 한정된 예산으로 양돈자조금의 주인인 양돈농가들의 ‘무한 기대감’ 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현실이 근본 배경이 됐다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양돈자조금 운영주체로서는 현안 해결에 더많은 자조금이 활용되기를 바라는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양돈농가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자조금사업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이동, 단기간내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소비홍보사업, 그 가운데서도 TV·라디오 광고에 그 영향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전문가 시각 접근을
문제는 최근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자칫 자조금이 양돈산업의 모든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 라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점이다.
자조금사업 도입을 주도했던 양돈업계의 한 원로는 “정부가 담당해 왔던 사업까지 떠안게 된다면 자조금사업이 무슨 의미를 가질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선 현장의 여론이 충분히 수렴돼야 하지만 원칙이 흔들릴 경우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자조금 전문가는 “언제부터인가 양돈자조금 사업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며 “모두 양돈산업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해도 자조금사업 취지에 부합되는지를 걸러내는 과정이 느슨해 진 것은 아닌지 짚어볼 시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비홍보 등 의무 자조금사업 출범 당시 큰 축이 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의 비중 감소추세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그 조짐을 반영하는 근거가 될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소비홍보 사업의 경우 일시적인 시장상황에 좌우되기 보다는 전문가적 시각에서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둘수 있는 장단기 홍보전략이 수립되고 평가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를 토대로 TV·라디오 광고를 포함한 다양한 홍보사업이 파생되고 기존사업의 지속 및 예산규모도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통해 일회성 행사로 그치거나 나열식 사업이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 불필요한 예상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사업성과를 극대화 할수 있는 것이다.
현재 양돈자조금은 납입률은 95%를 상회할 정도로 재원조성 부문에 있어서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앞서 정착단계에 도달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운용에 있어서는 원칙과 여론이 일부 상충되고 있는, 한번은 거쳐가야할 과도기적 상황에 놓였있는 만큼 자조금운영주체들은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게 자조금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조금사업의 관리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역시 예외일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올바른 자조금사업의 정착이 자조금 사업의 향방. 나아가 국내 양돈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