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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른 심정

■기자수첩 / 이동일

기자  2008.10.22 11: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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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횡성한우축제가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에서 축산인들의 관심은 올해 첫 선을 보인 암소판매장에 쏠렸다.
지역농협들이 마련한 암소판매장은 첫날 오후 3시에 판매량을 소진하고 문을 닫을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기자의 느낌은 안타까움이 더 컸다.
‘횡성한우’는 전국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 대상 3회 수상이라는 유일무이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는 명실공히 전국 최고 한우브랜드이다. 강원도의 작은 군에서 개최한 한우축제가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자치단체와 횡성축협, 농가 모두가 혼연일체로 노력한 값진 결과임에 틀림없다.
‘횡성한우’ 고급육의 뿌리는 우량한 형질을 가진 송아지, 더 나아가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우수한 암소기반에 있다. 암소기반이 없이는 ‘횡성한우’도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축제에서 횡성군은 최소 200마리의 암소를 스스로 잃어 버렸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모두는 3산미만의 한창 때의 암소들이다. 얼마나 우수한 형질을 가졌는지 확인조차 해보지 못하고 먹어버린 셈이다.
요즘 같은 불황에 비록 좋은 가격에 팔려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암소의 숨은 가치를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잃었다는 안타까움을 씻기에는 부족하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했다면 지금의 ‘횡성한우’는 없었다고 많은 축산인들이 단언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미래를 준비했기에 대한민국 최고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곤란하다.
암소가 남아돌아 넘치지 않는 이상 암소기반만은 지켜야 한다는 것은 한우산업에 있어 곧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횡성의 노력은 아직도 부족해 보인다.
어느 순간 ‘횡성한우’는 횡성군에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가 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잘 지키고 키워야 더 큰 알을 낳을 것이다. 욕심만으로 거위의 배를 갈라봐야 결국 남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