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부가 구성한 농협개혁위원회에서는 신경분리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는 내년에 신경분리를 실시하는 내용을 담아 올해 안에 또 다시 농협법 개정 작업을 추진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농협개혁을 바라보는 축산분야의 학계, 단체, 협동조합 경영자들의 의견을 들어서 정리했다. 축산 비중 간과한 획일적 구조개혁은 국제 경쟁력 약화 초래 조합 선택권 부여, 도시조합 쏠림현상으로 생산기능 저하 “축산업계 올바른 주장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선 곤란해” ▲최윤재 교수(서울대)=농협개혁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농업경제와 축산경제부문을 통합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반개혁’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줄이는 것이 개혁인가. 축산업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다는 현실은 차지하고도 식물과 동물농업의 차별성은 너무나 크다. 상당수 유럽국가들이 축산업을 별도의 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고 있는 점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독 우리나라만 농업과 축산을 하나로 묶으려고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마디로 축산업이 홀대받고 있는 것이다. 농·축협중앙회 통합이 우리 축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우리 축산업계도 각성이 필요하다. 학계는 물론 생산자단체, 산업계에 이르기까지 축산업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의 사태에 이르게 됐음을 인정해야 한다. 더욱이 농협개혁이라는 대세 속에서 축산업계의 올바른 주장까지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려는 일부의 시각은 철저히 경계돼야 한다. ▲박종수 교수(충남대)=농협중앙회장이나 조합장의 비상임화는 공감한다. 그러나 중앙회 조직의 슬림화에 앞서 선행돼야 할 과제는 조합의 규모화이다. 시장은 갈수록 규모화 되고 있지만 현재의 협동조합 구조로는 시장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조합원들의 조합 선택권을 도 단위로 확대한다는 방안이 포함돼 있지만 정서상 가능할지 회의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선 조합간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농협중앙회 내의 농업경제와 축산경제의 통합 방안에 대해서는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은 오히려 농·축협중앙회 통합 당시보다 축산에 대한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과 축산경제를 통합한다는 것은 소외돼 온 축산부문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시장 흐름에 역행하고 축산업을 무시하는 행위로 발상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와 함께 농협 자회사에 대한 인사권 역시 독립성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다. ▲이승호 회장(축산관련단체협의회)=늦은 감은 있지만 농협중앙회가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개혁안에 축산경제 대표이사 선출 특례조항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고 나아가 농업부문과 축산부문을 통합하겠다는 점은 크게 우려되는 사항이다. 농협개혁에는 반드시 축산업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반영돼야 한다. 농·축협 통합당시 축산경제의 대표이사를 조합장들이 선출토록 한 것은 축산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차원이었다. 이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축산업의 비중을 간과한 채 구조개혁을 획일화된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특히 농협개혁이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이뤄질 우려도 있는 만큼 농민들이나 관련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또 개혁과정에서 산업별 특수성을 최대한 고려해 축산업의 중요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동환 회장(전국농민단체협의회)=농협개혁은 중앙회나 조합 모두 농민을 위한 조직이 돼야 한다는 대전제에서 시작돼야 한다. 어느 단체나 직원을 위한 것이 된다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농민도 조직의 주인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정부가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취지아래 품목 중심의 조합 활성화를 추진하면서도 농업경제와 축산경제가 통합돼야 한다는 상반된 이론을 내세우고 있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농협개혁이라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축산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전문성마저 외면하면 ‘개혁을 위한 개혁’에 그치고 말 것이다. 조합장의 비상임화 또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조합장의 역할을 단순히 명예직으로 제한한다면 조합 운영에 농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겠는가. 조합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농협축산경제 대표이사 선출과 관련한 농협법 특례조항 폐지방안 역시 같은 맥락이다. 품목조합의 대표 선출도 품목조합장에게 맡겨야 한다. ▲김대현 조합장(인제축협)=농협개혁이 10년 전 농·축협 통합 때처럼 축산부문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안타깝다. 먼저 조합원에게 광역단위로 조합 선택권을 줄 경우 대부분 농촌형조합 보다 신용사업 위주인 도시형조합을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축산물 생산기반과 기능 약화로 이어져 결국 농촌의 협동조합 기능은 상실될 것이다. 또한 농협중앙회 농업경제와 축산경제를 합치겠다는 발상은 글로벌 시대에 전문성을 훼손하고 축산업 자체를 와해시키려는 음모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농·축산업은 전문화 규모화만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정부가 전문성을 약화시키려고 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축산업이 농촌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축산업 기반을 붕괴시키는 농협개혁은 있을 수 없다. ▲서응원 조합장(남양주축협)=지금의 농협개혁은 일부 사람의 잘못을 제도의 잘못으로 규정하고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특히 협동조합의 대표성과 경영책임 및 자율성을 훼손하는 내용이 농협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어 안타깝다.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의 경영책임은 조합원들이 선출한 농민의 대표가 지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회장이나 조합장이 각각 중앙회와 조합을 대표하고 책임을 져야 하며, 국가와 사회적 기준에 맞춰 투표로 선출된 대표가 인사추천권 등 그에 따른 권한을 가져야 한다. 같은 의미에서 회장을 간선제로 바꾼다는 점도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일 것이다. 또한 통합농협법에서 축산 특례조항을 삭제하겠다는 발상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농·축협중앙회 통합정신에 명시된 전문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정부가 농협개혁과 신경분리를 빌미로 농협중앙회의 농업과 축산부문을 합치겠다는 것은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다. 특히 농·축협중앙회 통합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신경분리와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개혁은 축산분야 협동조직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가 전제돼야 하며, 축산경제부문 인사권도 전문성 강화를 위해 축산대표에게 일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홍성권 조합장(옥천영동축협)=농협개혁에서 전제돼야 하는 것은 자조조직인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농·축협중앙회가 정부 주도로 통합된지 불과 10년조차 못 채우고 통합농협법에 명시된 특례조항을 없애고 축산경제를 농업부문에 합치겠다는 것은 전문성 강화라는 세계화 과정에도 배치되는 일이다.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농업과 축산업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얘기해왔다. 그러나 축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훼손하고 탁상편의주의식 발상으로 축산조직을 줄이는 것이 마치 개혁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축산인의 한 사람으로, 또 일선축협 조합장으로서 허탈감마저 느낀다. 이번 개혁에서도 또 다시 축산분야만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일선 조합장으로서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나상옥 조합장(목포무안신안축협)=농협법에서 축산 특례조항을 없애면 과거 정부가 주도한 농·축협중앙회 통합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2000년 당시 특례조항이 없었다면 통합농협법은 위헌 판결을 받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특례조항 삭제는 정부 스스로 법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또 농협중앙회장을 단임제로 제한하는 것도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 조직이 대표를 선출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당연하다. 모든 산업에서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외부인사가 포함된 추천위원회에서 축산경제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비 축산전문가가 축산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조합 선택권을 도 단위로 부여하는 것은 큰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일예로 농촌의 조합원들이 신용중심의 도시조합으로 가겠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 조합 숫자만 줄여보겠다는 발상 때문에 농촌에서의 협동 취지는 사라지고 도시조합에 농민들이 흡수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특성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조합장의 비상임화는 조합원들의 선택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현행처럼 조합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 마땅하다. ▲김용준 조합장(상주축협)=조합원에게 도 단위로 조합 선택권을 부여할 경우 규모가 큰 도시조합을 선호하는 현상이 빚어져 결과적으로 경영논리에 맞춰 이익만 추구하는 협동조합이라는 기형적인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협동조합이 광역화 되면 먼저 조합원에게 가장 필요한 지도·지원사업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다. 농협개혁이 조합원을 위한 개혁이라면 현실에 맞는 개혁이 이뤄지길 진정으로 기대한다. 정말 조합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한 후에 개혁을 해도 늦진 않을 것이다. 중앙회의 농업부문과 축산경제를 통합하는 것도 지난 2000년 농·축협중앙회 통합 당시 헌법재판소가 내린 합헌 판결을 분명히 직시해야 하는 사항이다. 개방화시대에 전문성을 버리고 외국산 농축산물과 경쟁하라는 개혁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