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개혁논의를 놓고 축산인들의 불만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신경분리방안이 경제사업 활성화 보다 신용사업을 살리겠다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모자라 축산업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 축산인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부문은 통합농협법에서 인정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그대로 인정해 존치 또는 발전시키는 것이 농촌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농협 맥킨지보고서나 농협개혁위원회의 신경분리안도 획일적인 조직논리로 농업경제에 축산경제부문을 합쳐야 개혁의 또 다른 목적인 ‘슬림화"를 이룬 것 처럼 보일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들이 만든 것이라고 혹평한다. 농협중앙회 사업분리 논의과정에 대한 축산인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묶어서 소개한다. 도축·가공처리 특성상 국민 식품안전 직결 별도 관리 필수 식품소비 곡물서 육류로 전환…조직 확대 개편 선진화 해야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품목별 전문조직 육성 경쟁력 기여 ▲김정주 교수(건국대학교)=쌀을 제외하고 농업 생산액의 상위 5위까지 4개 품목을 차지할 정도로 농업에서 축산업의 비중은 날로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부문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은 축산업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의 발상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특히 농협이 축산경제부문의 폐지 논리로 내세우고 있는 업무의 중복문제가 비단 축산경제와 농업경제만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축산경제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축산현장과 농협축산사업 현실에 맞는 고유한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농업경제와 중복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정부의 모든 정책방향과 사회 전반에서 전문화를 발전방안의 키워드로 삼아가는 상황에서 사업여건과 시장에서 농업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축산부문의 조직을 농업부문에 통합하겠다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농협중앙회는 농·축협 통합이후 내부적으로 인사교류 등을 통해 화합과 조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다시 축산경제부문을 농업경제에 통합시키겠다는 것은 그 동안의 노력을 스스로 부정하고 또 다시 농업과 축산부문 간의 반목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박용호 교수(서울대학교·대한수의학회 이사장)=농협 축산경제를 농업경제로 통합해 축산사업 담당 상무 체제로 전환 운영시 사업 수행은 가능할지 모르나 전반적 축산 정책과 운영 방향 등 전문 집중계열 사업 추진 및 평가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전체 사업 규모가 수협에 비해 월등히 큰데도 불구하고 별도 독립축산경제대표 부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축산물은 농산물과 현저한 차이로 도축, 가공, 처리 등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과정 중 교차오염 등 국민 식품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산재되어 있어 전문적 독립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안전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세계 선진국가들의 경우도 축산 조직은 그 중요성과 문제 발생에 따른 파급효과를 감안한 별도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농협개혁위원회도 신용사업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 아니라 특성에 따라 ‘금융’과 ‘상호금융’을 별도로 분리하였으므로 경제사업도 그 특성에 따라 ‘농업경제’와 ‘축산경제’로 구분·분리가 절대 필요하다. ▲이승호 회장(전국축산관련단체협의회·한국낙농육우협회장)=농·축협 통합 당시 정부와 국회는 농협법에 축산경제 특례조항을 신설해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했다. 이는 지난 2000년 헌법재판소의 통합농협법 합헌 판결로 사실상 축산조직의 독립성을 보장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그러나 통합 이후에도 축산경제부문은 조직과 인원 면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돼왔다. 축산경제사업의 지난해 실적은 약 14조원으로 농협 전체 경제사업의 27.3%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최근 5년간 경제사업 신장률은 농업경제 35.5%의 두 배가 넘는 75.6%로 경제사업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농협 개혁과 관련해 단순 획일적인 잣대로 축산경제사업의 축소 내지 폐지하겠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축산 강국과의 FTA 추진을 비롯한 급변하는 대외무역 환경 변화 속에서 축산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농협축산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농협 신경분리 과정에서 축산농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축산업의 독립성과 전문성 보장을 기본원칙으로 삼아 농협이 축산업 경쟁력 제고에 앞장서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김동환 회장(전국농민단체협의회·대한양돈협회장)=농협 축산경제는 존치돼야 한다.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품목별 전문화를 위한 ‘컨트롤타워’ 로서 역할 수행 방안이 반드시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제 복합영농시대는 지나갔다. 전업농 시대이자, 거대자본의 농기업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축산경제가 전체 축산업을 아우르려 하다보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무리가 따를수 밖에 없다. 품목조합이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 경제주체로서 양축농가의 이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데 더 많은 관심과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품목조합들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인프라 구축도 축산경제가 수행해야 할 역할의 한가지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축산경제가 존치돼야 할 또다른 이유가 될 것이다. ▲김대현 회장(전국축산발전협의회·인제축협장)=농협중앙회 신경분리는 경제사업을 소홀히 한다는 그동안의 비판에 대한 해결을 위해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신경분리는 금융사업 위기 속에서 신용부문을 살리기 위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초심을 잃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신경분리 논의과정에서 축산경제부문을 농업부문으로 통합시켜 사실상 없애겠다는 의견이 농협중앙회 일부에서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느낀다. 현재 농촌경제에서 농업분야의 소득은 축산을 따라오지 못한다. 농협중앙회 사업도 마찬가지로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농협중앙회는 스스로 축산조직의 전문성을 지켜내고 농촌경제 발전의 키워드로 육성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앞으로 농촌은 규모를 갖추기 힘들 경우 축산을 겸비한 종합농업체제로, 규모를 갖춘 곳은 축산을 비롯해 농·축산업을 전문화, 정예화, 규모화시켜 나가야 살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농협중앙회 내에 축산경제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해 농촌경제를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농협중앙회의 전문조직은 우리 농촌지킴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면 농업경제와 축산경제가 각각 전문성을 갖고 존치돼야 한다는 의견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노경상 원장(한국축산경제연구원)=국가 경제가 어려울 땐 언제나 농업경제가 그 버팀목이 되어 왔다. 한국농업이 여기까지 온 것은 농협이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농협이 경제 사업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는 농협개혁이 지속적으로 농업계의 화두가 되어 왔다. 이럴 때 일수록 성장동력을 찾아 그곳에 힘을 집중해야 하는데 농업의 성장동력인 축산분야를 확대하기는 커녕 기존 축산경제조직을 없애고 농업경제에 흡수시킨다는 생각은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 아니고 위기를 더욱 위태롭게 하자는 생각이 아닌가. 그나마 시골에서 돈 되는 곳은 축산이고 식품소비 수요가 곡물에서 육류로 전환되어 2017년에는 축산업 생산이 전 재배업 생산을 능가할 것이라고 농경연이 전망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축협중앙회를 통합할 때 축협 조합장들이 직접 뽑는 축산경제 대표제가 있기에 헌법재판소는 통합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재배업과 축산업이 생산유통에서 확실히 구분되고, 농식품부에도 축산국이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수산정책 파트가 따로 있으며 수협중앙회가 별도로 있고 산림조합중앙회도 별도로 존재한다. 향후 농협중앙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독립사업부제를 확실히 하면서 축산경제대표제도를 더욱 확대 개편하는 것이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고 농업·농촌을 선진화하는 길이다. ▲정세훈 이사(농협중앙회·동진강낙협장)=농협중앙회 신용과 경제의 단순한 분리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경제사업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농정의 방향과 같이 품목별 전문조직을 육성하고 생산과 소비를 직접 연결해 유통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때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조직을 축소 또는 폐지하겠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말이 안된다. 축산업은 현재 쌀산업 못지않은 외형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농촌현장에서 독립성과 전문성, 그리고 브랜드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조직논리를 갖고 농업경제에 축산조직을 하나로 묶겠다는 것은 현장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전문성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오히려 현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품목별, 사업별로 민간기업과 제대로 경쟁해 경제사업을 활성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더욱 더 세분화시켜 제 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연구조직을 갖춰나가야 한다. 요식에 의한 신경분리 추진은 농축산인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기 어렵다. 부문별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대로 보장해주고 경제사업을 활성화시켜 나갈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유용철 대표(경기 이천 일심농장, 양돈)=농협중앙회 신경분리는 절대해서는 안된다. 협동조합이 신용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조합원을 위한 지도사업은 물론 경제사업 활성화를 추진해왔는데, 신용사업을 분리하면 조합원들의 부담이 그 만큼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모든 사회분야가 전문화, 분권화되는 추세에 맞게 지금까지 공들여 가꾸어 온 축산부문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당연히 확보돼야 한다. 대부분의 협동조합 경제사업은 조합원과 밀착되어 있다. 축협의 경우는 조합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실익을 주기 위한 조합원이 생산한 가축을 매입해 소비자에게는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축산물 판매사업은 이론적으로 당연히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 협동조합은 경쟁력 저하로 인해 바로 붕괴될 수밖에 없으며 협동조합의 붕괴는 바로 양축농가의 파산과 더불어 농촌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따라서 관계자들이 협동조합의 신경분리에 대해 좀 더 연구해 농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