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조마하게 시간을 남겨두던 시한폭탄이 또다시 터졌다. 경기도 용인에 터를 두고 있는 국내 최대 동물약품 도매상 중 하나인 벳코리아가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하고, 지난달 초 문을 닫았다. 최종 부도금액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결제하지 못한 어음만 해도 1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 업체는 누구라고 꼭 꼬집을 필요없이 거의 모든 동물약품 업체가 얽혀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중 3~4개 이상 업체는 1억원 이상이 벳코리아에 묶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도원인을 두고서는 무리한 사업확장이 가장 먼저 꼽히고, 이어 동물약품 시장 침체가 거론된다. 또한 농가들이 동물약품에 대한 결제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도마위에 올랐다. 한 동물약품 영업사원은 “벳코리아 부도설이 어제 오늘 나오지는 않았다.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는 1~2년전부터 공공연하게 부도위험을 알리는 경고장을 주고 받았다. 벳코리아가 사업장을 확장할 때는 의심의 눈총을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농장들이 사료업체에 우선 결제할 때 마다 동물약품 업체들은 조금씩 시퍼렇게 멍들어갔다. 이번 부도 역시 농가로부터 원활한 결제만 이뤄졌다고 해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부도를 단순히 한 도매상의 ‘사고’로 치부하기 보다는 국내 동물약품 유통시스템의 구조적인 한계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동물약품 마케팅 담당자는 “지난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서 잇따라 터진 대형 도매상 부도의 연장선이다. 동물약품 업체들이 영세하다보니, 유통부문에 인력이라든가 관리비용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도매상이 팔고 있는 매출액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마케팅 담당자는 “도매상 부도가 언제든 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 부도피해를 막을 마땅한 해답이 없다. 다만, 판매망 선정 등에서 좀더 세밀한 시장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단기적인 실적에만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품질경쟁력을 쌓으려는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