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외국인 근로자도 외면…정부는 뒷짐만

■초점/양돈장, ‘발등의 불’ 인력난에 운다

이일호 기자  2009.11.09 10:52:39

기사프린트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해외농업 연수생 제도 ‘고용 허가제’ 바뀐 후 더욱 심각
농축산 투입 인력 4.5%불과…그나마 등록증 나오면 떠나

얼마전 충남의 한 양돈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5명이 한꺼번에 불법체류 집중단속에 나선 정부합동단속반에 의해 적발,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국인근로자들만으로 인력을 운영해온 농장주 김준호씨(가명)는 일단 친지등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농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직원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더구나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몰리게된 자신의 현실이 당혹스럽기만 하다.
사육현장의 인력난이 한·미FTA에 이은 한·EU FTA 타결로 인해 시장전면개방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는 양돈업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 부재속에 관심에서 조차 멀어져 있는 상황이다.
양돈농가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3D업종으로 분류되면서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기업형 사육규모를 제외한 전업규모 이하 양돈장의 내국인 고용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가족노동력만으로 농장운영이 어려운 양돈장들 대부분은 외국인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농업연수생제도가 외국인고용허가제로 바뀌면서 인건비를 비롯한 각종 부대비용이 대폭 늘어나고 절차는 까다로워진 반면 자신의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게된 외국인근로자들까지도 양돈장을 기피, 인력확보는 더욱 어려워졌다는게 양돈현장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등록근로자 15만명 가운데 농축산업에 투입된 인원은 4.5%인 6천7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의 한관계자는 “농축산업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국적 동포 채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양돈농가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경기도에서 모돈 2백두 규모의 양돈장을 운영하는 한 농가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고용한 외국인근로자들이 일정시간이 지나고 (외국인)등록증이 나오자 아무런 말도 없이 나가버린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신규 채용을 위한 절차만 2~3달이 소요되는데다 그나마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농장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올해 외국인근로자 도입규모는 지난해 6만800명의 21.4% 수준인 1만3천명에 그치며 내년 2월까지 타 산업계의 신규신청 마저 중단된 실정이다.
이에따라 양돈농가들은 극심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불법체류자를 고용할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양돈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가운데 70% 정도는 불법체류자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국내 양돈환경이 많은 농가들을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불법체류자 2명을 고용하고 있다는 한 양돈농가는 “당장 농장을 운영하려면 처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다 운이 좋으면 단속을 피할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그렇다고 해도 하루하루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더구나 정부가 지난 10월부터 불법체류 및 고용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 양돈현장에 단속반을 집중투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돈농가들의 두려움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도 문제지만 이들 불법체류자를 대체할 마땅한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단속강화 방침에 양돈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불법체류자들의 동요와 이탈추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물론 외국인인력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사례도 없는 것은 아니다. 충남의 또다른 양돈농가는 “외국인근로자 3명이 5년간 일하고 있지만 한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처우를 좋게 해주고 신뢰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외국인근로자 공급자체가 부족한 상태에서 타산업계와 고용경쟁에 밀릴수 밖에 없는 것이 양돈현장의 현실이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FTA 대책에는 양돈현장의 인력난 해소대책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 등 관심사 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농가들은 암담하기만 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숙련된 인력확보는 비단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전세계 양돈업계의 영원한 과제”라며 “당장 일할 사람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MSY 24두를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이라는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에따라 수입축산물과 경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돈현장의 인력난 해소 대책부터 마련돼야 한다는게 공통적인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