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동물약품 도매상의 예견된 부도

■기자수첩

김영길 기자  2009.11.11 14:48:54

기사프린트

[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동물약품 도매상 부도는 한 업체의 ‘사고’로 치부해 버릴 만큼 가볍지 않다. 대형 도매상에 유통망을 의존하고 있는 동물약품 제조업체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벳코리아 부도 역시 상처가 컸다. 동물약품 시장이 크게 요동을 쳤다. “동물약품 업계 전체가 1년 농사를 헛지었다”는 영업사원의 볼멘 소리가 그리 과장돼 보이지 않는다. 예전 도매상 부도에서는 심지어 한 업체의 모든 직원 월급이 깎이기도 했다.
도매상 외 대안은 있나. 안타깝게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영세한 제조업체로서는 도매상 매출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수금이 걱정되지만, 당장 매출이 부족하다보니 도매상을 또 찾는다. ‘담보’ 잡을 형편도 안된다. 그렇다고, 소매점이나 농가를 직접 공략하고 싶지만, 인력이라든가 관리비용면에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번 부도는 예견됐다고 한다. 영업사원 간에는 공공연하게 부도위험을 알리는 경고장을 주고 받았고 도매상이 사업장을 확장할 때는 의심의 눈총을 보냈다.
1~2년 전부터는 도매상 부도를 막으려고 제조업체들이 지원해 주면서 끌고 왔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묶여 있는 돈을 받으려면, 일단 도매상이 살아나야 하기 때문이다. 미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부도 앞에서는 조금이라도 건질 것이 있나 찾아다니는 처지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다시 도매상 부도가 온다고 해도 피해를 막을 방도가 마땅치 않다.
다만, 단기적인 실적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는 교과서적인 해답만이 제시될 뿐이다. 실제 그렇다. 부도피해에서 빠져 있는 제조업체들은 하나같이 무리하게 팔지 않는다. 도매상 능력을 늘 살피고, 여력을 감안한다. 외상거래는 품속에 꼭 아껴둔다.
여기에서도 ‘품질’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차별화된 품질을 갖추고 있다면, 충분한 결제를 실현하면서도 도매상과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금이라도, 내실있는 유통망을 꾸리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