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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민원에…“설자리가 없다”

■긴급진단/ 입지난에 우는 양돈농가

이일호 기자  2009.12.19 11: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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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사육제한 조례’ 제정 농업지역 지자체도 가세…농촌 중추산업 무색

2008년도 돼지고기 생산액이 4조8천억원으로 쌀에 이은 두 번째 식량산업이자, 총 취업유발인원이 7만6천여명(2003년 기준)에 달하며 한국 농업의 중추로 떠오른 양돈산업. 그러나 양돈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양돈장들이 민원과 각종 환경 규제속에 점차 설 땅을 잃고 있다.
최근에는 일선 지자체까지 나서 조례의 제·개정을 통해 돼지사육을 제한하거나 기존의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가 급격히 확산, FTA 등 시장전면개방을 눈앞에 둔 한국 양돈산업은 이제 사육기반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충북 P군은 최근 3호 이상의 주거시설이 있는 지역의 경우 주택과 축사 부지의 직선거리 500m이내에서는 돼지사육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가축사육제한 조례를 제정, 입법예고를 거쳐 지난 18일 군의회에 상정했다.
양돈장 건축신고가 급증하면서 악화되고 있는 지역주민의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P군의 경우 도시화와는 다소 동떨어진, 대표적인 농업지역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제는 도시나 농촌 관계없이 양돈장이라면 무조건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택 밀집 지역이 아니더라도 민가가 존재할 경우 인근 지역에서는 양돈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타 시·군의 기존 가축사육제한 기준보다 대폭 강화됐다.
P군의 한 양돈농가는 지난 18일 “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조례에 따른다면 앞으로 깊은 산속에서만 양돈을 할수 밖에 없다”면서 “그나마 임야의 경우 산지보존지역 등 각종 규제에 묶여 농장허가 내기도 힘든만큼 양돈농가들은 설곳이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충북지역만 보더라도 도시 및 상업권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그동안 가축사육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존재한다고 해도 읍면 소재지에 국한됐을 뿐 만 아니라 도시권 지자체의 경우 주택밀집지역에서 100~200m 이내 지역으로 그 범위가 넓지 않았다. 이같은 추세는 타 지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남의 H군, 전북의 J군 등 도시화 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은 농촌지역 자지체가 앞다퉈 돼지 사육제한에 나서면서 관련 조례제정이 마치 일선 지자체들의 ‘트랜드’처럼 굳어져 가는 실정이다.
지역 축산인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P시의 경우 수년전 거리에 관계없이 일정지역을 묶어 돼지사육을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례까지 추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양돈농가들은 규모확대나 질병 청정화를 위한 농장 신축은 아예 생각지 못하고 있는데다 정책 사업 역시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조례의 경우 해결여지가 있는 민원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선거직 지자체장들은 권역내 경제에 앞서 지역주민의 눈치부터 살필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돼지사육 제한 추세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중앙정부 차원에서 양돈산업의 경제적 비중과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돼지 사육기반 유지를 위한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지자체의 무분별한 가축사육 제한 조례 제·개정 추세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돈업계의 자구노력도 무엇보다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일선 양돈농가들이 나무를 심고 냄새를 최소화 하는 등 깨끗한 농장 만들기에 주력하고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경주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