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단위 청정화 추진·‘한국형기술’ 개발 위한 연구기반 시급 돼지질병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한국 양돈산업의 위상을 드높여온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주한수 교수. 지난 30년동안 미국의 대학교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도 고국의 양돈산업에 대해 어느 누구 못지 않은 애정과 열정으로 최신기술 보급에 앞장서온 주 교수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온 대한민국 양돈산업의 전도사이자, 양돈수의업계의 구심점이었다. 이런 그가 구랍 22일 개최된 2009 전국돈육생산자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주한수 교수를 만나보았다. ■국무총리 표창 수상을 축하드린다. 다소 늦은감도 없지 않은데 정부 표창은 처음이다. 추천해 주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국내의 많은 훌륭한 분들에게 주어져야 할 영광이 내게 돌아온 것 같아 송구스럽기만 하다. 지금까지 해온 일에 대한 평가 보다는 앞으로 한국양돈산업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라는 주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양돈산업 발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다고 들었다 지난 1980년부터 미네소타대학에 재직해 왔지만 나의 뿌리는 한국이다. 7~8년전부터 미국사료곡물협회의 요청으로 중국 양돈산업에 테크니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중국 출장 때 마다 반드시 한국에 들렀다. 매년 2회씩은 왔던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신기술을 터득했고 또 한국에 전파할 수 있었다. 다만 반드시 검증된 기술이 보급되도록 노력했다. PMWS 자가조직 백신기술 역시 이미 중국에서 그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것이다. ■FTA 시대하의 양돈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양돈산업은 독자적인 소비시장이 존재하기에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속도도 매우 빠르다. 최근에는 FTA타결 등으로 인해 시장전면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생산성 향상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영세한 사육규모가 한국 양돈산업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농장까지 규격화된 미국과는 달리 한국 양돈장들은 규모를 확대한다고 해도 기존돈사에서 조금씩 늘려가는 수준이다 보니 농장별 표준화, 규격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신기술이 도입된다고 해도 빠르게 확산되지 못한채 ‘한국형’ 으로 정착되는것이 쉽지않은 게 현실이다. 개별 농장단위에서도 암수구분 사육이나 다양한 모돈관리 기술 적용이 어려워 생산성 향상노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 같다. ■사육규모 확대의 필요성은 알지만 국내 현실상 한계가 있다 국내 양돈업계도 이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개인농장만으로 힘들다면 계열화나 협업화 등을 통해 규모화, 표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다면 전문화·분업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양돈농가들은 종돈에서부터 출하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다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산업혁명의 배경이 전문화였음을 간과하지 말자. ■파이프스톤 시스템에 대한 국내 양돈업계의 관심이 높은데 파이프스톤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철저히 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샘플모델을 만들어서 시범운영 과정을 거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단, 초산돈과 경산돈을 분리사육하는 산차별 모돈관리 시스템은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이는 개인농장도 마찬가지다. /본지 2366호(1월8일자) 7면 참조 ■써코백신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상당히 좋은 제품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접종을 해야 최대효과를 올릴수 있으며, 또 어느 회사 제품이 가장 적합한지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폐사율의 증감만 따질 것이 아니라 출하체중도 감안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민간기업 산하 연구소에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우리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부 지원이나 자조금을 재원으로 하는 공공성격의 연구소에서 실험을 통해 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PRRS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강한 바이러스가 휩쓸면서 PRRS 피해가 더 큰 실정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각기 다른 바이러스로 인해 상용백신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데 도태돈에 대해 백신을 투입, 항체변화가 없는 제품을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농장과 백신의 바이러스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한편 PRRS를 비롯한 모든 질병의 청정화를 지역별로 묶어서 시도해 볼 것을 제안한다. ‘질병 프리’를 선언한 지역에 종돈장과 농장이 들어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돼지 신종플루 백신접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미국의 경우 USDA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의 상용백신에 대해 조건부 허가가 이뤄진 직후 한 다국적 기업에서 자사 돼지에 대해 백신 접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분히 소비자에 대한 이미지를 의식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일단 외국의 사례와 국내 여론 추이를 보아가며 백신접종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한국 양돈업계에 바랄 점과 향후 계획이 있으시다면 마음을 활짝 열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검증된 기술이나 정보라고 해도 우리 양돈농가들은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일단 경계심부터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험정신이 있어야 앞서갈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한편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그간 쌓아온 모든 지식과 경험을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의 양돈산업을 위해 쏟아붓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