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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있는 농장브랜드 본격 출시…“새바람 부른다”

■2010 축산 희망을 쏘다 <양돈> 경북 G-Farm 농장

이일호 기자  2010.01.11 10: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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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 <필름사진>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G-Farm 농장 김곤민 대표의 스승이자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왼쪽 아래사진>“경인년 한해는 우리들의 것" 김곤민 대표<사진 가운데>에게 베트남 출신의 디엔<사진 오른쪽>과 벳씨는 직원이 아닌 팀원이다. <오른쪽 아래사진>G-Farm 농장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는 농장로고가 부착돼 부경양돈농협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양돈 까막눈’ 홀로서기 3년만에 MSY 23두 ‘우뚝’
‘장인’ 혼 담은 제품 도전…많은 후원자들에 보답

지난 2006년 5월 어느날. 고등학교 졸업후 부친의 양돈장 일을 돕던 한 젊은이가 ‘홀로서기’ 를 선언한다. 하지만 경제적 뒷받침은 크게 기대할수 없었던 가정형편에, 모아놓은 돈 조차 없었기에 이 젊은이의 홀로서기는 처음부터 시련에 부딪히게 된다. 부친의 강력한 반대와 주위의 만류는 그렇다 치고 점찍어 놓은 양돈장의 임대계약 당일까지도 그의 주머니에는 단돈 4천원이 전부였다. 그로부터 3년이란 시간이 조금 넘은 지금, 우여곡절 끝에 비록 작은 규모지만 생산성과 돼지품질에서는 어느 곳 못지 않은, 어엿한 양돈장 소유자가 된 열혈 청년이 이제 국내 양돈업계의 ‘조용한 혁명’ 을 시도하고 있다.

# ‘고어텍스" 가 벤치 브랜드
경북 경주시 내남면 박달리에서 모돈 90두 규모의 G-Farm 농장을 운영하는 김곤민 대표(33)에게 경인년 새해는 그어느 해 보다 의미가 크다.
그동안 정품, 정량의 돼지고기 생산이 가능한 사육기반을 확보한데다 브랜드로 활용할 농장 이름과 로고도 완성했다. 국내 양돈업계에도 기존의 유통브랜드나 여러 농가들이 참여하는 공동브랜드가 아닌, 농장브랜드가 출현하는 순간이었다.
때문에 지난 3년이 G-Farm 농장의 탄생과 정착기였다면, 올해는 G-Farm 농장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원년이자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가 됐다.
2, 3차 가공을 거치면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채 최종 소비자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등산용품의 원단 ‘고어텍스’ 와 반도체 ‘인텔’이 김대표의 벤치모델 브랜드.
다만 김곤민 대표가 생각하는 G-Farm 브랜드는 상품이 아닌 상품의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판매한다는 점에서 이들 브랜드와 차별화된다. 소위 ‘스토리마케팅’ 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는 이름일 뿐입니다. 이제는 어떠한 상품이나 브랜드에 소비자들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단 한개의 제품이라도 생산자의 혼이 담겨있는 ‘장인(匠人) 브랜드’가 김곤민 대표가 추구하는 브랜드의 최종 종착지인 것이다. 농장주의 모습을 형상화, 상품이 아닌 자신을 판매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농장로고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됐다.

#부경양돈농협 전폭 지원
그렇기에 농장 가동후 1년여만인 지난 2008년 HACCP에 이어 지난해 4월 획득한 무항생제 인증 과정은 G-Farm 농장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더욱 높일수 있는 ‘이야기’ 거리로 부족함이 없다.
김곤민 대표는 “무항생제나 HACCP 로고가 제품의 가격을 올려주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해당농장이나 브랜드에 대해 더많은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적은 사육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소량의 무항생제 사료를 생산 공급해 주거나 육가공공장에서 G-Farm 농장 출하돼지만을 별도로 작업해 주는 부경양돈농협의 파격적인 ‘배려’ 도 이 때문에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부경양돈농협을 통해 공급되는 자신의 돼지고기 전 제품에 G-Farm 농장 브랜드 로고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시험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
이에 김곤민 대표는 올해 국내 최대의 소비지이자 다양한 브랜드의 각축장인 서울 시장에 진출, G-Farm 농장 브랜드를 평가받아볼 계획이다. 서울의 포크밸리 취급점에 서브-브랜드로 입점, 이곳에 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스토리 마케팅을 펼쳐보고싶다는 것.
 
# 포기는 없다
물론 쉬운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사업이 아니기에 면밀한 분석과 검토, 협의 등 준비과정이 뒤따라야 하고 자칫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G-Farm 농장의 탄생과 오늘이 있기까지 성장 과정은 김곤민 대표에게 ‘포기’라는 단어는 결코 어울리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지난 2006년 홀로서기 당시만 해도 ‘양돈’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나 다름없던 김곤민 대표였기에 앞날에 대한 두려움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 더구나 직원한명 없이 혼자서 농장을 운영해야 하는 외로움에 며칠동안 뜬 눈으로 밤을 지세운 때도 부지기수였다.
“돈분뇨 저장조에 빠진 모돈 한 마리를 건져내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했고, 찾는 이 한명 없는 농장에서 ‘감전되면 그대로 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용접기는 내려놓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던 그는 지역 양돈모임에서 전해들은 지식을 토대로 첫 돈군조성 당시 한곳의 종돈장만을 거래하면서 별도의 후보돈 격리사를 운영하는 한편 모든 농장일을 하나하나씩 배워가며 돼지를 사육했다.
이 때 그의 스승은 다름 아닌 전국의 양돈농가들이었다.
김곤민 대표는 돼지를 잘 키운다는 농장이라면 시간과 거리를 마다않고 무작정 쫓아다녔다. 불과 30분 대화를 위해 왕복 10시간 거리의 농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자신감을 상실한채 흔들리던 그를 일깨우는 채찍이었고, 때로는 더없이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이러한 노력들이 향후 무항생제 인증과 독자적인 브랜드 개발에도 이어지며 그 과정에서 만난 각계 전문가들은 오늘날 G-Farm 농장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잠자는 시간을 쪼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 현재 농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그는 지난 2008년에는 경북대학교 경영자 과정과 함께 건국대학교 한성일 교수의 축산물브랜드 리더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매주 서울과 경주를 왕복해야 했지만 한번도 빠진적이 없을 정도.

#G-Farm 농장의 노하우는 ‘사람"
1인 농장운영 형태로 1년여가 흐른 지난 2007년 11월 김곤민 대표는 마침내 첫 출하의 기쁨을 맛볼수 있었다. 당시 돼지 폐사율은 2%를 밑돌았다. 다음해인 2008년에는 MSY 가 20두를 상회했고, 지난해에는 MSY 23두에 육박하는 최고의 성적을 일궈냈다. 더욱이 지난 2008년 11월에는 임대형태로 운영해 왔던 농장과 부지 모두를 전격 인수하기도 했다.
김곤민 대표는 이 모든 일들이 불과 3년만에 가능했던 원동력은 바로 ‘사람’ 이라고 말한다.
농장 시작 1년6개월만에 처음으로 베트남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 2명을 채용한 김대표는 G-Farm 농장만의 사양매뉴얼이 완성된 후 사실상 모든 농장업무를 이들에게 일임했다. “양돈장 역시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장주인 저역시 경영을 담당하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의 팀원의 한명에 불과합니다.”
이와함께 G-Farm 농장을 지탱하고 있는 제3의 힘이 바로 막강한 컨설팅이다. 후보돈 입식 직후 김곤민 대표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컨설팅 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 주민들과 ‘상생" 실현
자신의 브랜드를 이제 막 시장에 내놓은 김곤민 대표. 그러나 궁극적인 꿈은 아직 펼쳐보이지도 못했다.
“세상은 변화시킬 수 없어도, 내가 속한 산업은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김대표의 목표는 사람과 돼지가 공존하는 공간, 즉 테마공원을 통해 양돈산업이 새로운 이미지로 국민들 사이에 자리 매김하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브랜드 역시 여기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하지만 양돈산업을 변화시켜보겠다는 그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온갖 고생끝에 받은 첫 출하대금을 인근 초등학교에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정기적으로 소년소녀 가장과 다문화 가정 등에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 이에 감동한 마을 사람들이 직접 나서 농장 민원을 해결해 주던 모습에 큰 힘을 얻기도 했다고.
“양돈산업은 신성장동력산업으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가 잠재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돈산업이 젊은이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부와 양돈업계는 냉정히 판단하고 그 개선점을 찾아나가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