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인들은 요즘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구제역 때문이다. 지난 18일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후 1주일이 지난 25일, ‘이제 잠잠했으면’ 하는 기대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경기도 이천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축산인들은 또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포천, 연천에 이어 이천 지역까지 구제역이 발생했다면 구제역은 ‘확산’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하루는 안타깝게도 앞으로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겨울철이라 구제역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는 느릴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에서 결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일상’ 잊은 비상근무 코끝 찡해 농식품부와 검역원 등 방역기관의 구제역 상황실 관계자들은 연일 비상근무로 ‘일상’을 잊은 지 오래다. 검역원 정밀진단실에서 외부와 일체 접촉을 끊고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는가 하면, 역학 조사 관계자들은 차가운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고 수 킬로미터를 걸어다니며 활동하는 모습은 생각할수록 코끝이 찡해진다. 농협중앙회와 축산관련 단체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의 경우 연초 ‘축산 나눔 운동’ 등 의욕적인 사업을 잠시 접어둔 채 구제역 차단 방역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우협회, 낙농육우협회, 양돈협회 등 구제역 관련 축산단체들은 우선 축산인들이 함께 모여야 하는 총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방역의지 결연한 ‘방역복 총회’도 특히 회장 선거가 있는 낙농육우협회와 양돈협회는 회장의 임기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총회를 연기할 수도 없다. 낙농육우협회의 경우 자조금대의원 선거시 우편 투표를 도입했는가 하면, 지난 26일 열린 이사회는 서면결의로 대신하고 총회를 어떻게 열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양돈협회는 총회에 참석하는 모든 대의원들에게 샤워를 한 후 방역복을 착용시켜 회의장에 입장시키고 회의가 끝난 후에도 개별 접촉을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구제역 발생지역과 인근 지역의 대의원은 회의 참석을 않고 우편이나 팩스로 의사를 표현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긴장감은 구제역 발생지역과 가까이 있는 곳일수록 더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22일 있었던 경기도 가평축협 총회 모습은 그런 긴장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전 조합원이 방역복을 입고 회의에 임하는 모습에서 구제역 방역을 위한 결연한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현장의 안타까운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한 정관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잦다. 지난 25일에는 정운찬 총리가 포천 현장을 찾아 방역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에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낙연 국회농식품위원장이 현장을 찾았다. 장태평 농식품부장관은 수시로 현장을 찾아 방역관계자와 축산농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고, 이때마다 남성우 농협중앙회축산경제대표도 동행해 농협중앙회 차원의 방역 지원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사료·동약 산업계도 방역 동참 구제역 방역 대열에는 사료와 동약업계 등 관련 산업계도 빠질 수 없었다. 사료업계는 사료값 인상을 자제하고 차단 방역 지원에 전력을 기울였고, 동약업계도 구제역 방역에 효과적인 소독약 공급에 만전을 기하는 등 구제역 방역대열에 함께 서고 있다. 이렇듯 축산 업계는 구제역 의심 신고 한 건이 없어야 그날 하루를 안심하고 보낸다. 아울러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각각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상황이 하루빨리 종료된다면 그것은 우리 축산인 모두의 승리가 될 것이며, 우리 축산사의 빛나는 한 장면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