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1월25일 대한양돈협회가 양돈자조금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통해 그 피해규모가 3천억~6천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 파문을 예고했다. 협상 내용이 바뀐 것도 아닌데 불과 4개월여만에 한-EU FTA 피해규모가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양돈산업 한 분야의 최소 피해액만 농경연이 산출한 축산업 전체 피해액과 맞먹는 규모다. 연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 조차 “분석모델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를 수 있지만 이렇게 차이가 나기는 힘들다” 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급기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일부 국회의원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해명해 줄 것을 주관단체측에 요구하고 나서는 등 공론화될 조짐까지 보이기도 했다. 각기 다른 결과를 발표한 어느 한쪽의 연구팀의 경우 그 신뢰성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었기에 한-EU FTA 피해에 대해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부풀리기를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분위기 때문이다. 일부 양돈농가들은 또다른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경우 지난 2006년 10월 한-EU FTA로 인한 양돈산업 피해규모를 3천억원으로 추정한 사실에 주목하며 농경연측에 눈총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단순히 생산자단체의 연구용역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를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러한 논란은 구제역 정국속에서 더 이상 양돈업계의 관심사가 되지 못한채 점차 묻혀져 가는 분위기다. 이해당사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문제 삼지 않고 있는 추세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향후 예상되는 양돈산업 피해가 정부의 한-EU FTA의 대책과 투입예산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한-EU 피해 관련 연구결과에 대한 검증과 공개, 그리고 정책반영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중국과 캐나다 등 연이어 추진되고 있는 다른 축산강국과의 FTA대책 수립시에도 똑같은 논란이 재현되지 않도록 하는 선례가 될 것이다. “연구의뢰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냉소적인 대응이 최소한 FTA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