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안전지대는 없다. 경기도를 넘어 충북으로 가더니 이젠 국가기관마저 뚫려버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제역의 기세가 여간 거세지 않다. 구제역이 한창기세를 떨치던 어느 날 한 농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무리 신문 방송에서 난리를 쳐도 소독안하는 농가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합니다.” 전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농가의 탄식은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듯 했다. 그는 “이런 말하면 맞아 죽겠지만 공무원들에게 소독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해 벌금이라도 물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소독 점검 나오는 공무원들도 소독일지 한번 훑어보고는 휙 하고 간다. 하루에 몇 개 농장을 점검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한 농장을 점검하더라도 제대로 된 점검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소독약은 일반 바이러스에 비해 훨씬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대로 소독만 한다면 충분히 차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방역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그 소독이라는 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구제역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의 부재가 안타깝다고 말하기 전에 나 자신과 내 농장에 대한 나의 책임은 다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또 다른 농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볼일이 있어 축협에 다녀왔는데 축협사무실에 발판소독조도 하나 없더라. 수많은 양축가들이 오가는 곳인데 이거 너무한 것 아닙니까.” 우리는 어쩌면 말로만 방역을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