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심·후지 활용 고급 신선가공품 진출기반 마련
상품성 인정 수입 문의 이어져…대량수출 ‘청신호’
국내 기업에서 생산한 돈육가공품이 마침내 일본땅을 밟았다.
육가공품 전문기업인 (주)웰섬(대표 조세환)은 지난 21일 돈육 소시지 8톤을 일본에 수출했다.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지난 1월7일 선적 예정이었던 일정이 6개월여 미뤄지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돈육가공품이 일본에 수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수출계약 체결 과정에서 웰섬측과 접촉한 일본 바이어들이 99.9% 외부공기가 필터링 되는 무균포장실을 비롯한 최신 위생설비와 생산제품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표출, 본격적인 수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웰섬의 조세환 대표는 지난 19일 “구체적으로 밝힐수는 없지만 한국산 제품의 첫 수입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일본 현지의 다른 대기업에서도 수입의사를 타진해 오고 있다”며 “올해에만 월 2컨테이너(36톤 물량) 정도는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수출단가 역시 내수시장 보다는 좋은 조건에 책정된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더하고 있다.
#수입문의 잇따라
이번 수출은 등심과 후지 등 저지방 부위를 원료육으로 하는 국산돈육가공품의 일본 시장공략을 위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돈육가공품 수입량이 19만5천톤에 달하는 세계최대의 일본 시장에 대한 대량수출이 이뤄질 경우 내수시장의 극심한 돼지고기 소비편중 현상 해소와 함께 수급안정이라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세환 대표는 이와관련 “이번에 선적된 제품은 전량 냉동소시지로 주로 일본의 외식업체에 공급될 예정”이라며 “일단 문을 여는데 성공한 만큼 앞으로는 햄과 베이컨 등 가정용 고급 신선가공품 수출에도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시장에 대한 성공적인 진출은 국내 기업의 육가공 기술과 품질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계기로 작용, 러시아와 홍콩 등 다른 해외시장의 문턱을 자연히 낮춰지게 하는 파급효과도 얻게 될 전망이다.
# 민관 합작 ‘쾌거’
전문가들은 그러나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이 일본의 돈육가공품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 뿐 만 아니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수출 역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월 7일 경기도 포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일본은 기존의 수입위생조건을 내세우며 국내 수출작업장 승인을 취소했다.
이에 열처리가공품 수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온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 발생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열처리 가공제품에 대해 수입을 허용하고 있는 중국이나 태국과 같은 위생협정을 요구했고, 그 결과 불과 한달만인 지난 2월 일본측이 이를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소재 웰섬 본사에서 개최된 수출기념식에서 참석한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박병철 회장은 “생육의 경우 수출이 재개되더라도 질병이라는 변수로 인해 언제든지 중단될 위험성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돈육가공품의 사상 첫 대일수출은 의미가 매우 크다”며 “다만 중국과 미국 등 우리들의 경쟁국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닌 만큼 일본 시장의 요구를 최대한 만족시킬수 있는 기업의 노력은 물론 정부에서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