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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은 우리가” 업계간 갈등 예고

■초점 / 도축세 폐지 앞둔 양돈업계 이상기류

이일호 기자  2010.08.02 1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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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양돈협, 지급률 인상 추진…육가공·도축업계 “양보 어려워”

도축세 폐지를 5개월여 앞둔 양돈업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양돈농가가 그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것임을 당연시 해온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아직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도 양보할수는 없다”는 인식이 육가공업계와 도축업계 저변에 확산,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부담액 286억
국회는 지난 2월26일 본회의를 통해 소와 돼지에 대해 부과돼온 도축세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개정안’을 의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1천391만8천628두의 돼지가 도축된 2009년 전국의 양돈농가에서 부담한 도축세는 총 286억원(소 533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돼지 1두당 약 2천100원을 도축세로 부담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도축두수가 예년수준에 미치지 못한 만큼 도축세 폐지를 계기로 양돈업계는 연간 300억원 이상이 환원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돼지의 경우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1두당 1천800~3천원의 과세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담주체 명확하지 않아

하지만 지금의 돼지가격 정산체계하에서는 도축세 폐지시 막상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양돈농가는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육가공업체 및 생돈구매업자 등을 통한 출하 비율이 높은데다 생체중량을 기준으로 돼지가격정산이 이뤄지다보니 정산서상에 돼지도축세 부담주체가 양돈농가로 명시돼 있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양돈농가는 “정산서에 명시된 도축단계의 농가 부담은 자조금과 등급판정수수료가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따라서 별도의 후속조치가 없을 경우 도축세가 없어진다고 해서 그 이익이 농가에게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매시장 또는 도축장에 직접 출하하거나 육가공업체를 거치더라도 제주도와 같이 등급별 지육정산방식을 적용, 정산서상에 도축세 부담 주체가 농가로 명시되고 있는 비율은 15~2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급률 조정안 마련
대한양돈협회는 이에따라 돼지가격의 정산기준이 되는 지급률을 도축세 부분만큼 상향조정하는 게 ‘지방세법 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 돼지가격별 지급률 조정안을 마련해 최근 전국의 시군지부에 통보했다. 내년부터 육가공업계와의 계약시 적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대부분 육가공업체들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회피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형육가공업체의 한 임원은 “도축세가 폐지되면 자연히 도축세를 부담해온 주체가 수혜자가 될 것으로 판단,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고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억지로 바꾼다고 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양돈협회의 지급률 조정 노력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도축수수료 현실화 기회”

도축업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간 도축장간 작업물량 확보 경쟁과정에서 도축세는 물론 등급판정수수료와 자조금까지 사실상 도축장이 부담해온 것이 현실인 만큼 도축세 폐지 수혜자는 자신들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축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도축수수료를 인상, 경영안정이나 시설개선을 도모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이미 마련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도축수수료 현실화는 영원히 기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도축시설 과잉인 현실을 감안, 모든 도축장이 일제히 도축수수료 인상에 나서야 효과를 발휘할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축산물위생처리협회의 한관계자는 이에대해 “담합행위로 비춰질수 있는 (도축수수료 인상) 논의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도축세폐지에 따른 이익이 일정부분 도축업계에 환원돼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양돈업계 ‘뜨거운 감자’ 예고
육가공 및 도축업계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양돈농가들은 “생각할수도, 있을수 도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생체정산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혼란을 피하기 위해 거래 자료상에 명시하지 않았을 뿐 도축세를 포함한 도축과정의 각종 제반비용까지 감안해 지급률이 결정돼온 만큼 도축세 부담주체가 농가가 아니라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이다.
대한양돈협회 이병모 회장은 “FTA 시대하에 축산농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게 도축세 폐지의 목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면서 “이에 반하는 어떠한 행위나 시도도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가공업계와 도축업계 모두 쉽게 포기할수 없다는 분위기가 저변에 확산, 도축세 폐지 시기를 전후로 양돈농가와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되는 등 향후 양돈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