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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금신화 / 땅위의 닭 - 역사와 가치(上)

주술적 신통력 지닌 상서로운 새

기자  2010.09.08 1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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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질서와 생명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
닭은 탄생신화에서 신성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 경주 김씨(慶州金氏)의 시조 김알지(金閼智) 탄생신화에는 “탈해왕 9년 호공(瓠公)이 시림(始林)이란 숲에서 큰 빛이 나는 것을 보았다. 빛은 흰 닭이 앉아 울고 있는 나무에 걸린 황금궤에서 나오고 있어 왕께 아뢰자, 왕이 가서 궤를 열어보니 남자아이가 있었다. 아이를 얻은 탈해왕은 이름을 ‘알지’라고 짓고 금궤에서 나왔다 하여 성을 김씨로 하였고, 숲 이름도 ‘계림(鷄林)’이라 하고 이를 국호로 삼았다”고 한다. 또한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와 혼인한 왕비 알영(閼英)도 계룡(鷄龍)의 왼쪽 겨드랑이에서 태어났다.
별자리에는 ‘하늘의 닭’을 의미하는 ‘천계(天鷄)’가 있다. 두 개의 별로 이루어진 천계는 기후와 때, 백성의 운을 주관한다. 때를 주관하는 천계처럼 닭은 태양과 우주, 생명을 상징하며,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은 한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序曲)을 의미한다.
이육사의 시 <광야>에 닭 우는 소리는 태초의 이미지를 상징하는데, 건국신화에서는 천지개벽과 왕의 탄생을 알리는 태초의 소리였다. 이처럼 닭은 개국과 시조의 탄생 등을 상징하는 신성한 존재였다.

●주술적 신통력을 지닌 민간신앙의 대상
우리 선조들은 새벽을 여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귀신도 사라져 버린다고 믿었다. 산신제를 지낼 때는 산신당에 닭을 매달아 제물로 바쳤고, 영약(靈藥)인 흰 닭을 잡아 신에게 바치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시신을 찾을 때는 닭을 물에 던져 점치기도 했고, 재앙이 닥치거나 돌림병이 돌면 닭의 피를 대문이나 벽에 발라 악귀를 쫓았다.
이처럼 닭은 불행과 재해를 막아주는 신통력을 지닌 전통적 민간신앙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정월초하루는 ‘닭의 날’이라 하여 닭을 잡아먹지 않았고,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는 닭의 첫 울음소리를 헤아려 그해 농사의 길흉을 점치는 ‘계명점(鷄鳴占)’을 보기도 하였다. 또한 음력 2월 초하룻날 부녀자들이 식전에 남의 집을 찾으면 그 집의 닭농사를 망친다 하여 발길을 삼갈 정도로 닭농사를 귀히 여겼다. (자료제공:농협중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