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연이은 구제역 파란은 동약시장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다사다난 했던 동물약품시장을 주요 사안별로 결산해 본다. 첫 ‘써코 관납’ 실시 등 힘입어 백신시장 날개 소독제·백신 이외 고전…원료가·환율변동에 곤혹 PRRS 백신·항생제 대체제 개발 물밑작업 한창 주춤하던 수출전선 신규시장 개척으로 다시 탄력 조용하던 연초. 1월 7일 포천을 시작으로 강화, 김포, 충주, 청양 등지에서 구제역이 터졌다. 2002년 이후 잠잠하던 터라 올해 구제역 충격은 컸다. 발병인근 곳곳에는 방역초소가 꾸려졌고, 골목골목 도로는 새하얀 석회가루와 소독약이 뒤덮었다. 살처분에, 이동제한에 시름하는 농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소독제는 그야말로 구제역 특수를 누렸다. 소독제 생산라인은 토요일, 일요일은 물론이고 어린이날 등 공휴일도 없이 숨가쁘게 돌아갔다. 말 그대로 만드는 대로 팔렸다. 올 3분기까지 소독제 판매액은 290억9,877만원. 지난해 같은 기간동안 판매된 151억1,246만원을 무려 92.5% 뛰어넘었다. 그리고 연말. 이번에는 경북지역이 구제역 폭탄을 맞았다. 11월 29일 안동에서 불거진 구제역은 예천, 영양, 의성 등지로 번져나갔다. 구제역은 관납 시장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한정된 방역예산이 소독제에 몰렸다. 반면 환경개선제, 면역증강제 시장은 찬바람을 맞아야 했다. 백신시장 3분기까지 1천억원 돌파 소독제 외 올해 시장을 이끈 또 하나의 축은 당연히 동물용 백신이다.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 폭은 기대 이상이었다. 3분기까지 1,012억원. 백신은 3분기만에 1,000억원 판매를 돌파했다. 전년동기 818억5,029만원보다 23.6% 늘었다. 지난해 전체판매액 1,048억7,283만원을 코밑까지 추격했다. 일등공신은 두말할 것 없이 써코바이러스 백신이다. 올해 처음 실시된 관납을 통해 써코바이러스 백신은 날개를 달았다. 관납규모는 300억원이었다. 소독제 시장을 두고서는 수많은 업체들이 나눠가져갔다고 하면, 써코바이러스 백신 시장은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독주체제라고 평할 수 있다. 베링거는 관납 시장의 75% 가량을 점유했다. 국내 업체는 부단히 문을 두드렸지만, 결국 베링거 들러리를 서는데 그쳤다. 출혈경쟁 여전한 과제 소독제, 백신 시장 신장세에 힘입어 올 동물약품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3분기까지 동물약품 판매액은 3,772억8,835만원. 전년동기 3,392억3,937만원보다 11.2% 늘어났다. 외형적으로는 10% 이상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리 긍정적이지 만은 않다. 우선 소독제와 백신을 빼고 나면 성장폭이 미비하거나 오히려 감소한 측면이 강하다. 또한 여전히 출혈경쟁이 난무하면서 마진율은 급속히 줄어들었고, 원료가격이나 환율변동에 곤혹을 치를 때도 많았다. 3분기까지 성장한 품목은 신경계작용약(17.1%), 소화기계작용약(10.2%), 비뇨생식기계작용약(10.5%), 항병원성약(4.7%), 외피작용약(2.1%), 원료(9.7%) 등이다. 반면 순환기계작용약(-31.8%), 호흡기계작용약(-3.6%), 감각기계작용약(-8.7%), 대사성약(-1.3%), 보조적의약품(-5.4%)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 대비 제품개발 경쟁 활기 향후 시장을 겨냥, 제품개발도 활발했다. PRRS 백신개발은 물밑 작업이 한창 진행됐다. 동물약품 업체들은 써코바이러스 이후 또 다시 PRRS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보고, PRRS 백신개발에 역량을 모았다. 녹십자수의약품, 코미팜 등이 PRRS 백신 시장에 도전을 냈다. 이미 이들 두 업체는 임상실험을 마무리짓고, 막바지 허가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생제 대체제 개발도 눈에 띈다.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배합사료용 항생제 사용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사료업체들이 품질확보 차원에서라도 항생제를 대신할 대체제를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동물약품 업체들은 식물추출물, 천연광물질, 미생물제제, 유기산제 등 다양한 형태의 대체제 개발에 나섰다. 대체제 시장의 향방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결국, 항생제 효능을 가지면서도 항생제 가격에 내놓는 것이 대체제 시장 성패를 결정하게 되는 핵심포인트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 돋보여 동물약품 업계의 탈출구로 여겨지는 수출시장은 잠시 주춤했다. 상반기까지 수출액은 3,600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가량 줄어든 수치다. 올해 전체 수출목표치인 1억 달러에는 한참 못미친다. 수출부진은 주요 수출무대인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그렇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다시 수출에 속도를 냈다. 특히 신규시장 개척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고려비엔피는 지난 9월 중동행 배에 처음으로 동물약품을 선적했다. 수출제품 또한 액상 항생제(메타플루 10% 액), 영양제(바이탈코러스포르테), 소독제(라이프라인, 라이프가드-정), 주사제(알파키모-주) 등으로 다양하다. 수출금액은 20만달러 상당이다. 수출에 대한 내공도 높아졌다. 많은 동물약품 업체들이 수출전문 인력 고용, 수출전담팀 운용 등을 통해 수출역량을 강화했다. 올해 수출액은 8천만에서 9천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동물약품 수출은 다른 축산물과 달리 구제역 등 돌발변수에 상관없다는 장점이 있다. 내년에는 1억 달러 수출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생약시장 높은 허가기준 걸림돌 ‘블루오션’이라고 불리우는 생약시장은 싸늘했다. 생약제제 동물용의약품 허가기준(검역원 고시)은 지난해 12월 30일 시행에 들어갔다. 올해가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생약과 관련된 고서를 발굴하고 현대화 작업을 통해 일부 실험을 면제해 주는 것이 골자다. 제도마련으로 동물약품 산업계는 생약제제 개발, 수출촉진 등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동물약품 업계의 상품화 소식은 감감하기만 했다. 아직 허가서류를 신청한 기업이 없다. 업계는 허가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약제제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어렵고, 상당 수가 신약이기 때문에 임상실험을 거쳐야한다고 말한다. 또한 ‘보조사료’로도 충분한 데 굳이 임상실험 등 비싼 비용을 써가면서 왜 생약제제로 허가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결국 생약시장 활성화는 보조사료로 등록했던 것을 생약으로 어떻게 끌어오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공룡기업간 합작사 설립 ‘촉각’ 심심찮게 간간히 들려왔던 다국적 동물약품 업체간 합병소식은 뜸했다. 단지, 연초 인터베트 모회사인 머크사와 메리알 모회사인 사노피-아벤티스사가 인터베트와 메리알을 한데 묶은 초대형 동물약품 조인트벤처 회사를 설립키로 합의했다고 전해왔다. 지분은 각각 50%씩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다국적 기업 차원에서 대표자를 선임했고, 국내 지사간 통합은 진행 중이다. 아직 국내 대표자라든가 사무소 통합, 직원 이동 등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두 업체의 주력제품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단번에 동물약품 시장 리딩기업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동약 재평가제도 ‘뜨거운 감자’ 재평가 제도는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업무량과 비용면에서 큰 부담을 가지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재평가제도가 국내 고객들로부터 동물약품 신뢰도를 회복하고, 해외시장에서 국산제품 품질논란 시비를 잠재울 주요 수단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공동자료 제출 등을 통한다면 재평가 제도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내년 동물용의약품 재평가 제출서류에 복합제 임상시험이 포함되면서 업계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과거 미비했던 품목허가 과정을 바로잡겠다는 의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동물용의약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가 강하다. 내년에는 배합사료용 항생제 전면금지, 수의사처방제 실시, 동물약품 취급규칙 개정 등 동물약품 산업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굴직굴직한 제도시행이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