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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방역체계 뚫고 급속확산…믿기지 않아”

■일본 수의 전문가들이 본 한국의 구제역

이일호 기자  2011.01.12 12: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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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최근 일본의 저명한 수의 전문가들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미야자키현 구제역 방역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한국축산컨설팅협회 정현규 회장의 통역하에 방한 기간 동안 서울대학교 등을 방문, 양국의 구제역 현황과 방역시스템 및 교류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축산신문 본사 방문 과정에서 즉석으로 이뤄진 간담회를 통해 보여준 한국 구제역에 대한 반응은 한마디로 ‘경악’ 그 자체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처럼 방역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나라에서 구제역이 빠른 속도로 확산, 전국적인 발생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방적 살처분과 시가보상 등 불과 몇 개월전만 해도 자국에서 발생한 구제역 방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한국의 방역시스템을 높이 평가해온 터였기에 충격이 더한 모습이었다.

한국 예방적 살처분 등 벤치마킹 대상
日 수의사에 투입 비용 성금으로 충당

베트남 등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온 축산인이 이번 안동구제역 발생의 유력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일본 역시 축산인들의 해외여행이 잦은 편이지만 한국과는 달리 입국시 신고와 공항에서 소독절차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 인력에 의한 구제역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일본 미야자키현 구제역의 원발농장으로 확인된 6번째 발생농장(젖소)의 경우 중국인근로자에 의한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는 것.
백신접종 효과에 대해서는 “백신접종후 일주일이 지나자 구제역이 점차 진정추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2주일 후에는 확연한 효과를 확인할수 있었다”며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일본에서 사용한 백신과 지금까지 국내에 접종하고 있는 백신은 동일한 회사 제품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제역 발생 이후 우리의 방역 체계와 다소 차별화되는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우선 가축 매몰처분이 공무원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심각한 인력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각 지역 개원수의사를 비롯해 가축공제기관 및 농협 소속 수의사, 그리고 가축보건소(우리의 가축위생시험소) 관계자등이 사실상 한조로 구성돼 매몰처분을 전담, 신속하고도 효율적인 매몰처분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무원들은 이동통제에 주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수의사에게 투입되는 비용 대부분은 일본양돈협회의 성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CO2가스와 이동식 전살기까지 매몰처분에 동원했던 아이디어는 매몰처분시 마취약 주사만을 고집하고 있는 우리 현실과 더욱 차별화되는 부분.
이들은 매몰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논란을 겪고 있다는 우리측의 설명에 대해서도 “일본의 경우 매몰처분 과정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뿐 만 아니라 환경단체 입회하에 이뤄지다보니 대충하기 어렵다”며 철저히 원칙이 준수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구제역의 첫 발생 당시부터 주요기사로 다룬 한국 언론의 보도 형태가 이들에게는 의외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
일본의 경우 미야자키현 구제역 당시 축산물 소비 감소 등을 우려한 현지 정부가 언론을 통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아 소독과 이동통제에 불편을 겪었다는 전언이다.
이들의 통역을 담당한 정현규 회장은 “일본이 우리에게 구제역 방역을 배워갈 정도로 강력한 방역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일본 방역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몇가지 방법들을 우리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