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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반성과 자각 통한 개혁…‘강한 축산’환골탈태 계기로

■포스트 구제역·AI, 희망 사다리를 세우자 / 지상포럼 (한우)

기자  2011.02.07 12: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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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이 넘도록 구제역의 어두운 터널,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약간 주춤하고 있으나 닭이나 오리 사육농가들의 걱정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악성 가축질병들이 아무리 잡기 힘든 질병이라도 부단한 차단 방역 노력 앞에서는 언제가 잡히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비록 지금 악성 질병과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그 끝은 반드시 있을 것임을 확신하며 그 이후를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구제역과 AI 이후 희망의 사다리를 세우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축종별 지상 포럼을 통해 살펴본다.

‘무사안일 의식’ 탈피, 농가 엄격한 원칙 준수·자율방역만이 살길
취약점 빈틈없이 보완…업계 유기적 공조 강력 방역시스템 구축을

출입차량 등 철저관리 기계적 전파요인 차단…믿음주는 축산으로
구제역 상황 악용 상인 횡포 근절…왜곡된 유통문제 바로 잡아야

▲남호경 회장(전국한우협회)=지금 상황에서 구제역 이후를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한우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선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산업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게 됐다.
가축질병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가축질병으로 인해 산업이 얼마나 크게 피해를 볼 수 있는지를 이번에 확실하게 배운 만큼 이것을 지자체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비상시에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선진화된 방역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농가들의 방역의식도 크게 향상시켜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젠 전국 백신이 진행된 상황에서 구제역 청정국의 지위를 다시 획득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우리 축산의 경쟁력은 품질과 안전성이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어느 시점에서는 전 두수 검사를 통해 구제역 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하는 시도도 필요할 것이다.

▲이규석 고문(전국한우협회, 전 한우협회장)=모든 부분에서 미흡했다. 초동방역도 안 됐고,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하면서 우왕좌왕했다. 우리 방역의 부실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총체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된다.
우선 농가 스스로 방역에 참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새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로운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산업에 임해야 한다.
새로운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방역에 대해 새롭게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롭게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꼼꼼하게 챙겨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우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너무 큰 희생을 치렀다. 희생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이번 경험으로 우리 산업이 더욱 크게 발전할 수 있다면 무의미한 희생은 아닐 것이다.
질병 문제 뿐 아니라 산지유통이나 도체경매 등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를 개선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명재 조합장(횡성축협)=우리는 이번 구제역 파동으로 잃은 것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며 특히 앞으로 우리 축산은 원칙을 중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가들이 차단방역은 기본이고 앞으로 사료, 출하차량 등이 농장을 드나드는 것도 철저한 관리가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 이번 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우리의 방역시스템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철저하게 파악하고 수정해 새로운 방역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구제역으로 인해 수십 년 동안 노력해서 일궈 놓은 횡성한우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붕괴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일부 축산물 브랜드는 브랜드 자체가 붕괴되기도 했다. 앞으로 브랜드 참여농가들의 경우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해야만 한다.
예방적 살처분도 한번 고려해 봐야할 사항이다. 상황에 따라 경제적으로 합리적인가 고민하며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생각해 볼 문제다.

▲김성진 대표(경기 이천 새봄농장)=정부의 초동대응 미비와 확산 방지대책 부재, 구제역농가의 무사안일의식, 가축사료회사의 방역의식 부재 등 구제역 대란의 책임에 대한 많은 말들이 오고간다. 한우산업의 미래를 봐야하는 젊은 축산인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
딱히 무엇 하나 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번 사태가 발생됐다고 봐야 한다.
그 이전에 농업이 대한민국 정치에서 변방에 있다는 사실도 한 몫 했다고 본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구제역, AI와 같은 질병이 발생하면 모든 각료들이 서로 합심하여 차단방역 및 확산 방지에 전력투구 한다. 위기 상황임에도 각자의 지위나 역할만을 강조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변해야 할 것이다.
농업이 단순히 1차 산업으로서의 가치 이상인 국가 안보의 한 부분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 농축산인과 대한민국 정부는 깊이 반성하고 많은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홍성구 장장(국립축산과학원 한우시험장)=지난해 국내 한우 사육두수가 300만두가 넘어 많은 걱정을 했지만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 됨에 따라 암소 번식우가 많이 줄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소 번식의 개량을 위주로 해왔다. 하지만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암소개량이 중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한우시험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한우시험장의 결과들-계통조성을 위해 근내지방이 잘되는 것, 빨리 자라는 습성, 맛좋은 암소 등을 개량해 농가들에게 빠른 시일에 보급할 계획들을 가지고 있다.
한우농가와 관련업계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구제역이 끝난 뒤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용구 회장(한국축산환경시설기계협회)=구제역과 고병원성 AI가 연말에 이어 연초에도 강타를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축산업계 고사위기라고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고 축산인과 관련자들은 추위 속에서 가축을 지키려는 일념으로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무인 낙농축사가 가동하고 있다. 외부와 노출이 없기에 질병 유입이 없고, 외부공기는 살균 정화되어 유입되고 배출공기 또한 악취가 제거되어 외부에서도 목장인지 모를 정도로 외부와 완전 차단된 실내에서 편안한 상태로 우유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축사 정립이 필요하고 실천할 시기이다. 축산이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축산인이 의식개혁과, 새로운 축사 정립과 세계 일류로 도약의 기회로 삼기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김건수 대표((주)순우리)=이번 구제역 상황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수 없이 많다. 드러난 문제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방역 시스템도 중요하겠지만 구제역 상황 시 발생하는 유통 상황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 또한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할 사안이다.
이동제한, 구제역 백신접종 발표, 차별적인 도축장 폐쇄조치 등으로 출하가 불안해지면서 약자의 입장에 처한 농가들을 상대로 산지 상인들의 부추김에 헐값 매매 등 상인들의 횡포도 근절해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또한, 구제역으로 인해 일부 작업장에 물량이 집중되면서 작업장들의 가공품질이 거칠어져 유통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손실이 증가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진행 중이고 어디서부터 복구계획을 세워야 할지를 막막한 상황이다. 지역적으로 피해가 큰 지역과 연계된 사료공장이나 유통업체는 심각한 결과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들에 대한 구제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신록주 기획실장(한국소비자연맹)=참으로 혹독한 겨울이다. 영하10도의 추위 속에서 축산업 관계자들은 구제역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고, 뉴스를 통해 그 현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참담하다.
이제 곧 끝나겠지하는 기대는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내고도 끝날 줄 모르는 구제역의 위력에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다. “구제역 대처용 매뉴얼이 허점투성이다” “ 역학조사 방식이 문제다” “축산인들의 방역 의식이 부족했다” 등 구제역 확산 원인에 대한 여러 분석과 자성의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바라는 건 안전하고 위생적인 국내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이다. 피해 추산금액 3조원이라는 엄청난 댓가를 지불하고도 추후에도 구제역, AI등이 계속 발생한다면, 국내산 축산물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
정부와 축산농가, 관련업계 모두의 힘을 모으지 못하면 우리의 축산업을 지켜낼 수 없다. 우리 모두의 단합된 힘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