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774억원이던 생산액이 10년 만에 1조2천억원을 넘어섰고 같은 기간 국민 1인당 공급량도 1kg에서 2.1kg으로 늘었다. 소비자들의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알카리성, 저콜레스테롤, 고불포화지방산이라는 이미지를 지닌 오리고기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것은 오리산업의 이러한 발전이 국가기관의 연구나 정책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조건에서 자구적 노력에 의해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아직 창궐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AI 사태는 곧 끝이 있을 것이고 이후 시시비비를 가름하는 과정도 있을 것이다. 이때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힐책과 떠밀기는 우선은 후련할지 모르나 근본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실사구시(實事求是)와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과정이 되어야한다. 축산과학원 자원개발부도 AI는 아니지만 구제역으로 인해 22마리의 돼지를 잃었다. 천안 평택 두 지역이 다른 몇 군데와 함께 전국 최대 발생지가 되면서 반경 20km내에 26개의 구제역 발생농장과 13개의 AI발생농장에 둘러싸여 있던 형편이었다. 특히 세 군데 발생농장의 경우는 연구소 경계선과 5~600 미터 남짓의 거리로 닭과 돼지를 매몰하는 작업이 눈에 잡히고 오염물이 직접 유입되는 지경이라서 2중 3중의 차단소독을 하며 안간힘을 다했지만 허사였다. 이곳에서 일하며 전문가로서의 소명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겠다는 생각을 지녔던 우리들이 러시아 바빌로프 연구소 과학자들의 장렬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괴롭고 부끄러울 뿐이다. 정월에 놓는 들불은 나쁜 해충과 병원균을 태우고 마른 풀을 순식간에 토양에 보약이 되는 비료로 바꿔놓는다. 지금 이 시간 악성질병이 들불처럼 번지며 우리 모두에게 큰 생채기를 남기고 있지만 우리와 산업을 바꿔놓는 각성제로 작용해 이 땅에서 마지막 피해로 기록되길 소망한다. <끝> 서옥석 과장 (국립축산과학원 가금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