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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강화 차원 이겠지만 신고기피 등 부작용 심화

■지상공청/ FMD·AI 살처분 보상금 하향조정…축산인·전문가 의견은

기자  2011.03.16 15: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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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FMD,AI 발생에 따른 살처분 보상을 시가 7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가축전염병예방법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현장 축산인들과 전문가들은 살처분 보상 수준을 놓고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연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시가의 70% 보상 방침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현장 축산인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지상공청으로 엮었다.

농가 아닌 방역당국 실수 인한 피해 누가 책임지나

▲박종수 교수(충남대학교)=이번FMD(구제역) 사태와 같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것은 농가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분명 방역당국의 실수도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살처분 보상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된다면 심각한 사태를 초래 할 수도 있다.
물론 앞으로는 철저히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FMD나 AI가 발생한 것이 농가의 잘못인지 아니면 방역당국의 잘못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구분해 보상체계를 차별화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을 시행하기 이전에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조치로 인해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축산업의 경쟁력을 위축시켜서는 안 되며 축산농가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재홍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보상금은 최소 80%를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가 신고가 소극적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
사회적 여론에 밀려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살처분 보상금 감소라는 카드 대신, 불신고시 보상금 차등적용 등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상금 감소는 질병을 숨기거나 초기단계 유통 등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고를 안하고, 질병발생 사실을 은폐한다는 것은 결국, 청정국과 점점 멀어짐을 의미한다. 상재국이 될 위험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조기신고와 방역관리 등을 통해 청정화에 매진해야 할 때다.
▲이석재 조합장(충주축협)=이번 발생사례를 보면 농가들에게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유입차단을 위해 두문불출하면서 소독에 전념해도 발생이 된 농장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처분 보상금을 낮추려는 정부의 시도는 이해되지 않는다. 가축은 사실 사유재산이다. 정책에 따라 사유재산을 묻을 때도 100% 보상금을 주지 않는다면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다. 보상기준은 최소한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 다만 신고가 늦거나 방역을 제대로 못했을 경우는 정확하게 선별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감액하는 식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있을 것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한우개량사업에 매달려온 선도농가들은 지금 허탈감에 빠져 있다. 그런 점에서 살처분 보상기준은 오히려 지금보다 높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암소 고능력우는 새끼를 잘 낳게 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우지 않는다. 그럼에도 보상은 일반 소처럼 생체중을 기준으로 한다. 유전적 가치가 분명하고 등록사업이 제대로 되어 있는 소에 대한 보상을 현실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느 농가가 힘들여 가축개량에 매달리겠는가.

명확한 원인 제시 없이
책임 전가식 보상금 삭감
농가 재기 의욕 꺾을 것

▲신관우 회장(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충북낙협장)=가축전염병예방법이 이 같은 방향으로 개정된다면 정부가 FMD 청정화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낙농가 입장에서는 현 보상체계도 불합리한데 이 보다 더 못한 보상금이라면 결국 구제역 발생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데 굳이 신고할 필요성을 느끼겠는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결국 우리나라는 영원히 FMD 청정화는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
그 동안 농가들은 지금 당장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희생을 감수해 왔는데 지금보다 더 못한 보상금이라면 한 번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FMD가 만연돼 있는 상황에서 보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어떤 농장이든 신고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너무 과도한 보상금도 문제지만 살처분 농가들이 최소한 재기할 수 있도록 현 보상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동수 조합장(강원양돈조합)=전국 백신상황에서 정부가 살처분 보상기준을 바꾸려는 배경에는 외국의 사례도 들어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방역대책이나 살처분 보상기준 모두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도가 운용될 수 있어야 우리나라 축산업이 FMD를 극복할 수 있다.
또한 FTA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축산농가들의 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에서도 신중함이 필요하다. 농장주가 남에게 맡기지 말고 책임감을 갖고 제대로 백신을 하면 실제로 발병되는 가축은 농장단위에서 몇 마리 안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보상금을 70% 수준으로 지급한다면 제대로 신고가 이뤄질지, 살처분 보상금이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당장 문제는 FMD NSP(야외바이러스) 항체축에 대한 정부 방침이다. NSP 항체를 갖고 있는 모돈 전량을 도태하는 것이나 해당농장에 대한 이동제한은 말도 안 된다. 빨리 정상적으로 원대 복귀시켜야 한다.
▲임관빈 지회장(한우협회경기도지회)=농가에게 명확한 근거제시 없이 보상비 감액을 감당하라면 대체 어느 농가가 성실하게 신고할지 의문이다. 특히 신고여부를 떠나 국경검역이나 역학조사 시스템을 보완해 명확한 원인을 진단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농가의 보상금을 낮추겠다는 식의 대응은 축산인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감을 감추기 어렵다.
질병에 강한 한우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질병으로 인한 폐사율이 높지 않다. 이런 경우 질병 감염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보상금이 낮게 책정돼 있다면 신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준비없는 보상금 감액은 질병 근절이라는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방역 소홀 농가 차등보상 마땅
책임·의무 다한 양축농가까지
억울하게 피해 입어선 안돼

▲심동섭 이사(낙농육우협회, 청축목장)=살처분 보상금을 줄이겠다는 것은 국가방역체계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물론 FMD 백신 이후 안정화 된다는 전제가 돼야 하겠지만 과연 누가 돈도 안 되는데 신고를 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FMD 등으로 인한 살처분은 국가적으로 매우 큰 손실이기 때문에 보상금을 주더라도 살처분 조치를 취해 확산방지와 청정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농가들 역시 살처분 명령이 떨어지면 그 동안 피땀 흘려 일궈온 목장이지만 국가의 이익이 된다는 동의하에 살처분 조치에 수긍해 왔다.
그런데 과연 현 시세도 못 미치는 보상금을 받는다면 앞으로 농가들에게 이러한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 보상금을 줄인다는 것은 국가방역체계를 포기하는 것으로 축산업 생존을 위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병규 부회장(대한양돈협회)=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표본이 될 수 있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는 지금 ‘바이러스’ 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방침은 백신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양축농가들의 신고기피 추세를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 결과적으로 방역시스템이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신고지연 여부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판단할지도 의문이 아닐수 없다. 살처분 보상금을 많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농장관리를 잘못하고 방역조치를 제대로 이행치 않는 등 ‘도리’ 를 다하지 않는 양축가들에게는 철저히 불이익이 가해져야 한다. 다만 책임과 의무를 다한 양축농가들까지 피해를 입어서는 안되며 현장에서 적용이 가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영기 위원장(대한양계협회 채란분과위원회)=정부 정책에 적극 찬성한다. 현재 농가의 잘못이다, 관의 잘못이다 말들이 많이 나오지만 발병의 근원지는 잔반을 먹이고 방역을 소홀히 하는 일부 농가에서 발생되고 있다.
예방을 위해서라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70% 보상이 맞다고 본다. 올해 7월부터 시행한다고는 하지만 더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하나의 농장 때문에 인근의 농장까지 함께 죽는 것은 무의미하다. 때문에 방역을 소홀히 하는 농장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벌금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홍재 위원장(대한양계협회 육계분과위원회)=살처분 보상비 70%를 줬을 때 책임을 누가 명확하게 질것이냐를 따져야 한다. 정부에서 방역매뉴얼을 정했다고는 하지만 기준을 명확히 잡아놓고 보상비를 책정해야 한다.
농장에서 발판소독조, 장화 등의 방역시설을 갖춰 놓고 방역 수칙을 준수했는데도 질병이 발병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번 축산과학원에서 FMD가 발병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농가가 납득할 만한 정확한 농장 방역 매뉴얼을 정해놓고 법이 시행돼야 한다.
▲김만섭 회장(모란식품)=구제역과 AI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AI의 경우 농가들이 아무리 차단방역을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발생원인이 철새에서 유래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농가들의 잘못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 없이 무조건 농가들의 차단방역 실패를 들어 농가책임으로 보상금을 차등지급한다면 분명 농가들의 반발할 수 있다.
다만 농가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면 분명 농가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농가들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철새에서 AI감염이 만연돼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농가들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다.
이와 함께 이번 구제역과 AI를 계기로 긴급행동지침을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 농가들은 물론 사료차량, 분뇨차량, 가축운반차량은 물론 도축장 등에 대한 세부 매뉴얼이 없어 발생한 이후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때문에 이번 기회로 구제역이나 AI가 발생하면 각 분야에서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긴급행동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정현규 회장(한국축산컨설팅협회)=FMD 전파의 책임을 양축농가들에게만 전가시키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불공평하다. 이번 FMD 사태속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방역조치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질병 발생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양축농가는 물론 방역당국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양축농가들의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라면 오히려 과태료나 벌금을 통한 제재가 바람직 할 것이다. 물론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릴수 있는 기준 제시가 전제돼야 한다. 이것도 부담스럽다면 일본에서 일부 질병에 적용했던 일종의 공제 제도 도입도 검토해 볼만 하다. 시가의 80%를 정부가 보상하되 나머지 20%는 공제보험에서 담당하는 것이다. 이역시 보험료의 50%는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정성대 회장 (한국양돈수의사회)
FMD 백신을 하고 난 뒤부터는 부분 살처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든지 재발위험을 안고 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살처분 보상금을 줄이게 되면, 당장 질병 신고율이 떨어질 게 뻔하다. 보상이 전제되기 되기 때문에 농가들이 신고에 적극적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재입식률이 감소할 것이 우려된다. 현재로서는 살처분 농가 중 90% 이상이 재입식에 나설 의향을 밝히고 있지만, 앞으로 보상금 감소는 농가들 의지를 꺾어놓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양돈산업이 급격히 후퇴하고, 국내 돼지고기 자급률을 뚝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