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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어리 진 축산농가의 심정 헤아려주길

■ 독자 기고/ 김 형 준 부지부장<한우협 남양주지부>

기자  2011.05.04 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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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동안 죄인 된 심정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왔다. 그 참담함을 이루 말로다 하기 어렵다.
방역현장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혹한을 견디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내 농장을 지키지 못한 상실감에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
그런 노력 뒤에 돌아온 것은 세금 잡아먹는 도둑에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 뿐 이었다.
위로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리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아가지는 말아야 했다. 우리를 세금도둑으로 몰지는 말았어야 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지금 우리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가 돼 버렸다.
최선을 다해 막으려 했고, 노력했지만 불가항력이었다. 그런 노력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다.
묻고 싶어 묻었는가? 빨리 묻어라 몰아세우고, 혹시 내 농장 때문에 옆집에 옮기지 않을까 불안해 묻었다. 하루만 봐달라고 애걸복걸하니 방역관이라는 사람은 눈을 부라리며 감액한다니 어쩌니 하면서 으름장을 놓아 별수 없이 묻었다.
아내,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울었다. 송아지가 어미 찾아 우는 환청에 잠을 못 이뤘다.
이제와 땅에 묻은 가축의 보상금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는 자체가 창피스럽다. 농가가 다시 설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고, 부탁이다.
소를 키우면서 꿈도 키웠고, 자식들도 키웠다. 축산 말고 다른 일을 하겠다고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다시 소를 키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일까? 이런 농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