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그 말만으로도 뭔가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예로부터 선인들은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고 해서 신체의 털이나 살갗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고 했다. 머리카락도 팔과 다리와 다름없는 신체의 일부분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삭발은 곧 팔이나 다리를 잘라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삭발은 단순하게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실제 머리카락을 자르는데 따른 심적 고통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삭발하는 사람치고 눈물을 흘리거나 굳은 결의의 표정을 짓지 않는 사람이 없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난 21일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회장 등 수의사회 간부진 10여명이 머리카락을 잘랐다. ‘문화제’로 치러진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부과 반대’ 집회에서 삭발의식을 가짐으로써 행사가 갑자기 경건해 지고, 숙연해 졌다. 폭발력이 컸다. 이를 본 집회 참가자들은 머리카락을 잘라야만 하는 현실에 이루 말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렇게 수의사들은 모처럼 결속했고, 적극적인 활동을 다짐했다. 그리고,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부과 반대’가 결코, 수의사를 위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렸다. 수의사회는 수의사처방제 실시, 수의사회 당연가입 추진, 가축공제제도 도입 등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안팎으로 단결과 협력, 포용 등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들이다. 회장단 삭발은 부가세 반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수의사들에게 단합을 호소하는 행위였다. 이번 삭발이 수의사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