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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육 소비편중 변화 조짐…대중매체 홍보위력 실감

■축산자조금, 소비홍보 어떻게 하고 있나<양돈>

이일호 기자  2011.09.29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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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저지방 부위 홍보 ‘웰빙 삼총사편’ 축산물 TV광고시대 활짝
수입육 급증 국산차별화로 중심 이동…온라인 홍보 본격화
장기적 시각 홍보방향 설정·연속성 확보로 효과 극대화를 

 

축산물 소비홍보 역사는 사실상 의무자조금 도입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난 2004년 한돈(양돈)의무자조금 출범과 함께 본격화 된 돼지고기 소비홍보 TV광고는 축산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중매체를 통한 축산물 홍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을 뿐 만 아니라 TV광고의 파괴력과 필요성을 다시한번 실감케 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여성연예인 3명을 모델로 내세워 저지방부위를 홍보한 한돈자조금의 첫 TV광고 ‘웰빙삼총사’는 광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성공작으로 손꼽힌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웰빙삼총사 2탄이 선보이며 저지방부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 삼겹살에 편중돼온 국내 돼지고기 소비문화에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대형마트의 한관계자는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국내 소비자들의 삼겹살 소비패턴이 일부 저지방 부위로 이동하는 추세도 감지되기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 시장상황 따라 컨셉 변화
웰빙삼총사 시리즈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한돈자조금의 주요 광고컨셉이 돼왔던 저지방부위 홍보는 2008년들어 국산돼지고기 자체에 대한 우수성 홍보에 자리를 내주게된다.
돼지고기 수입이 급증하면서 양돈농가들의 불안감이 커진데다 삼겹살 소비가 상대적으로 정체되는 추세를 보이자 저지방부위 보다는 국산돼지고기의 차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산돼지고기에 '한돈' 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부여되면서 TV광고를 통한 인지도 제고 노력이 병행되기는 했지만 국산돼지고기 우수성 홍보라는 기본 컨셉은 지난해까지 유지돼 왔다.
인터넷의 대중화 추세를 겨냥한 온라인 소비홍보사업도 주목할 부분.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돈닷컴이라는 자체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이벤트를 전개, 미래의 소비자들과 젊은 주부층 공략에도 집중해 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자조금을 통한 돼지고기 소비홍보 사업 체계에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조금 출범이후 8년간 소비홍보 사업을 전개해오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둬왔지만 그 효과를 극대화 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 연속성 결여 아쉬움
이들은 우선 소비홍보 사업의 연속성 결여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수입육과 차별화, 극심한 소비편중 현상 해소, 시장 확대 등 홍보를 통해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야 하는 국내 양돈업계의 현실, 그리고 자조금 거출주체인 양돈농가 여론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감안한다고 해도 광고를 비롯한 소비홍보사업 컨셉의 잦은 변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년전 한돈자조금 TV광고제작을 담당했던 유력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TV광고를 통한 저지방 부위 소비홍보 사업이 사실상 중단돼온 사례를 들며 “돼지고기 소비홍보사업은 상품 광고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소비문화를 주도해 나간다는 게 한두해 만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중단된다면 그 이전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치 못하는데다 재개된다고 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조금사업 효과분석을 담당해온 충남대학교 박종수 교수도 “한돈자조금 사업이 단기목적에 치우치다보니 소비홍보 방향이 시시때때로 달라져 소비자 혼란을 유발, 결과적으로 효과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술은 바뀌더라도 기본 목적이나 방향은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간 고돈가가 지속되면서 자조금 재원조성의 한축인 정부가 소비홍보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는데다 자조금을 ‘전가의 보도’처럼 인식하고 있는 추세도 소비홍보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TV 라디오 광고사업에 정부 지원금 투입을 차단한데 이어 이제는 전체적인 소비홍보사업의 비중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대규모 예산투입이 불가피한 TV광고의 경우 노출빈도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만족할 만한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 "초심으로 돌아가자"
올해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물가당국의 무차별 수입정책으로 국내시장이 급속히 잠식당하고 있지만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최근까지 손을 놓고 있는 처지였다. 정부가 자조금 사업을 통한 각종 소비홍보사업의 일체 중단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양돈업계에서는 자조금의 ‘관조금화’에 대한 경계와 함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의무자조금사업 도입을 주도했던 양돈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할 수 없는 사업을 양돈농가 스스로 해보자는게 자조금 사업의 취지였다. 당시에는 소비자 지향적 사업, 그 가운데서도 소비홍보사업이 중심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소비홍보사업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 일관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사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를위해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다 강화하는 한편 양돈농가들 사이에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수 있도록 지속적인 설득과 계도의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제는 마케팅 시대다. 더구나 FTA시대하에 시장전면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입축산물과 맞서야 하며, 타 축산물과 선의의 경쟁, 그리고 뿌리깊은 소비편중 현상 해소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양돈업계의 선택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