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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웅의 유럽동물복지 탐방기(상)

英, 1824년 세계 첫 동물복지자선단체 설립

기자  2011.10.17 1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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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사방지 등 ‘동물 5대 자유’ 기초…177개 지부 활동


동물복지는 21세기 세계 축산업계에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EU 국가들은 내년부터 산란계의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해 놓고 있다. 2013년부터는 모돈의 스톨사육까지 금지할 예정이다. 세계시장이 하나로 묶이는 개방시대, 유럽의 동물복지형 축산에 대응하는 국내 축산업계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한국형 동물복지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축산업계에서의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27일부터 8일 동안 동물복지와 친환경 축산에 대한 현황 파악을 위해 남성우 농협축산경제대표와 이천일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과장 등 정부와 협동조합 관계자들로 꾸린 방문단이 EU 국가를 다녀왔다. 방문단의 일원으로 유럽 축산현장을 살피고 온 권영웅 부장(농협중앙회 축산지원부)의 유럽동물복지 탐방기를 연재한다.

이번 방문은 국내에 어떻게 친환경축산, 동물복지형 축산을 접목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방문단은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대형 할인점, 산란계 농장, 비육농장 및 기자재 회사를 방문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EU 국가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할인점, 축산농가 및 관련단체들이 소비자가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안전하고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인, 동물복지를 적용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면서 국내 접목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점은 큰 수확이라고 생각된다.

1.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

동물복지 인증 제도를 총괄하고 있는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를 찾았다. 1824년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동물복지자선단체(SPCA,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to Animals)로 설립된 곳이다. 1840년 빅토리아여왕이 왕립(R)의 지위를 부여했으며 현재 전국 177개 지부와 1천500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RSPCA는 18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발적인 기부금에 의존해 운영돼왔다.

협회는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 및 고발, 유기동물 입양, 야생동물구조, 대중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과 교육, 그리고 정부를 대상으로 한 로비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동물병원과 입양센터, 진료소는 급여를 받는 직원과 자원봉사자에 의해 운영된다.

RSPCA의 복지기준은 영국 농장동물복지위원회(FAWC, Farm Animal Welfare Committee)가 1993년 제정한 ‘동물의 5대 자유’에 기초한다. 5대 자유는 ⑴굶주림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⑵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⑶고통,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⑷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⑸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등이다.

특히 케이지, 스톨 등을 이용한 과도한 밀집 사육형 축산이 동물복지(Animal Welfare)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 및 소비자 관심 증대로 투명한 식품 표시,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등 증가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영국 내 농장동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1994년 Freedom Food 제도를 도입, 축종별 기준을 만들고 그에 따라 생산된 동물복지 생산 축산물에 대한 인증을 하고 있다. 직접 출자로 Freedom Food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1989년 대부분의 계란이 살모넬라에 오염되어 있다는 보건부장관의 발언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되고 계란 판매량의 60%가 감소한 사태, 그리고 1980년대 광우병 발생으로 영국 내 소의 30% 정도인 370만두를 살처분한 사태 등이 자리하고 있다. 1995년 인간광우병 발생으로 1996~2005년 30개월 이상 소 식용 금지 및 10년간 EU에 쇠고기를 수출하지 못하였고 2001년에는 구제역 발생으로 1천만두의 소, 양, 돼지를 살처분해 80억 파운드 이상(약 14조5천억원)의 손실을 초래하는 등 저비용과 생산성 극대화에만 주안점을 두어 온 ‘집약적 축산(Intensive Farming)’에 대한 부작용 등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증가 및 동물질병 관리에 대한 위기의식 등이 배경이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