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산지가격 하락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향후 전망 또한 밝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농가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다. 사육현장에는 근거 없는 괴담까지 나돌면서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해 지고 있다.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지난 9일(예천 용궁)과 15일(영주) 가축시장 현장을 찾았다.
#경북 영주가축시장
부정적 시세 전망 주류…입식 부담 탓 상당수 탐색만
수송아지 100만원 미만도…암소 거래 부진 눈에 띄어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영주가축시장 앞은 시장 개장을 기다리는 차들로 벌써부터 붐비고 있다.
일찍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최근 소 값 하락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오늘 시장에 대한 나름대로의 전망을 내놓는다.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향후 가격 또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출하두수는 점점 많아지고 매매두수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새벽 6시 30분 개장과 함께 적막했던 시장은 순식간에 활기로 넘친다.
소와 사람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바쁜 움직임을 보인다. 소의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흥정소리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하늘에 퍼진다.
30분 정도 탐색시간이 끝난 뒤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된다. 시세가 좋지 않아서 인지 사람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흥정은 많지만 거래가 성사되는 것을 보기는 쉽지 않다. 단 돈 1만원이라도 더 받기 위한 사람과 그 1만원을 아끼기 위한 사람간의 줄다리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모닥불 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세가 너무 떨어졌다고 걱정스러위 했다.
한 농가는 시세가 떨어졌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것에 대해 “현 상황에서 입식을 원하는 농가는 많지 않은 반면 출하를 서두르는 농가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 사료 값 인상으로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체적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지만 그 나마 수송아지의 거래가 좀 더 나았다. 이날 수송아지의 최고가격은 170만원 정도. 100만원 미만에 거래된 것도 적지 않았다. 개장 초 120만원에 판매되던 암송아지는 100만원까지 가격을 낮추고 나서야 겨우 팔렸다. 큰 암소의 경우는 눈에 띄게 거래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8시를 넘긴 후에도 아직 30%정도의 소들이 새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폐장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어떻게든 소를 판매하려는 축주와 중개인들은 더욱 바삐 움직였다.
8시 30분을 넘기면서 시장은 폐장분위기로 접어들었다.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소들이 그 때까지도 적지 않게 남아있었다. ■영주=이동일
#경북 예천용궁가축시장
“소값 보자” 인파 북적…불안한 시세 속 흥정 더욱 치열
한달새 암·수송아지 40만원 ‘뚝’…헐값판매 속출
소 판 농가 “사료비 메우려면 억울해도 어쩔 수 있나”
지난달 9일 오전 5시 30분 경북 예천용궁가축시장.
시장 안에는 새벽 찬 기운을 녹이려는 한우농가와 소상인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미리 가격대를 점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한 중개인은 “소 값이 송아지의 경우 한 달 전에 비해 30~40만원 정도 폭락했다”며 “시장으로 소를 가지고 나온 농가들은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팔려고 하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보니 소를 사려는 농가들이 줄어 매매가 잘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경에서 큰 암소 3마리, 송아지 3마리를 싣고 왔다는 김모씨는“소 값이 많이 떨어졌지만, 다음번 장에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에 소를 가지고 나왔다”며 “매매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6시 소 거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가격을 흥정하는 중개인들과 소들을 사고팔려는 농가들, 소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새벽 우시장은 북적거렸다.
개장초기에는 흥정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지만 정작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실제 이날 우시장에서는 암송아지가 80만원에 판매되는가 하면, 새끼를 밴 큰 암소가 170만원에 판매되는 등 헐값에 팔리는 광경도 목격됐다.
소를 판 농가들은 기대보다 낮은 가격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소를 팔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억울한 심정을 표출했다.
6개월령 수송아지 2마리를 120만원과 145만원에 팔았다는 조모씨는 “송아지 한 마리를 출하하기 위해 소요되는 사료비만 해도 150만원”이라며 “많은 적자를 보지만, 앞으로 소 값이 더 떨어질 수 있고, 아울러 사료비 등에 필요한 자금을 회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 가격에 라도 팔아야 했다” 고 털어놨다.
6개월령 암송아지를 100만원에 팔았다는 김모씨도 “정말 터무니없는 가격이다”며 “하지만, 사료값이 너무 올라 소를 키울수록 적자규모만 늘어나고 있어 송아지를 더 이상 키우지 못하고 우시장으로 계속 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우시장에서 소를 파는 농가들은 사려는 농가들이 돈을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씁쓸해 했다.
박용재 한우협회 예천군지부장은“한우산업이 안팎으로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농가들의 불안심리가 팽배해 지고 있다”며 “‘소 사육의 미래는 없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소규모농가는 물론 다두사육농가들도 소 사육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전 8시가 지나면서 이곳은 파장 분위기가 됐다. 절반 이상의 소가 팔렸고, 나머지는 축사로 되돌아갔다. 이날 시장에는 총 177두(암송아지 33두, 수송아지 75두, 큰암소 69두)가 출장돼 110두(암송아지 22두, 수송아지 44두, 큰암소 44두)가 매매됐다. 가격은 암송아지는 120만원, 수송아지는 175만원, 큰암소는 6천2백원/kg선이었다. 이는 한달 전에 비해 암송아지와 수송아지 각각 40만원 정도 내린 수준이다. ■예천=김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