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후보돈의 회장염 발생을 둘러싼 일부 양돈장과 종돈장의 책임공방에 양돈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회장염이 후보돈 구간에서 집중 발현하는 질병인데다 국내 대부분 농장이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서는 종돈업계에 대한 양돈농가들의 불신과 함께 또다른 갈등사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치 못하기 때문이다.
Y농장 “하차당시부터 설사…격리중 확산”
경기도 여주에서 돼지 4천두를 사육하고 있는 Y농장은 지난 9월29일 충북 청원군 소재 H종돈장에서 분양받은 후보돈에서 회장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종돈장측이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농장주 오모씨에 따르면 후보돈 하차 당시 30두 가운데 2마리에서 설사증상을 보여 종돈장측 운송담당자에게 확인후 종돈장 대표와 협의를 거쳐 일단 해당 개체만 반송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후보돈사 격리에도 불구하고 설사증상을 보이는 돼지가 속속 출현, 다음날인 30일 분양돈 전량 회수를 종돈장측에 요구하는 동시에 자신이 가입한 조합직원 입회하에 가검물을 채취해 병성감정기관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회장염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오모씨는 “종돈장에 수차례 회수를 요구했지만 이젠 전화도 받지 않는다”며 “분양대금을 결제하지 않아 임의 처분도 불가능, 어쩔수 없이 지금까지 사육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한달반이 지나도록 적잖은 사료비와 약품비가 투입됐을 뿐 만 아니라 무엇보다 새로운 후보돈 입식이 불가능, 막대한 재산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격분했다.
H종돈장 “법정전염병 아니고 진단신뢰성 의문”
H종돈장측은 그러나 “법정전염병이 아닐 뿐 만 아니라 회장염의 특성상, 양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돈장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회장염에서 자유로운 양돈장은 찾아보기 힘든 만큼 감염 자체가 아닌 질병의 발현 여부를 놓고 책임소재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H종돈장의 한관계자는 “FMD이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위생방역 최우수종돈장으로서 철저한 관리를 해온데다 논란이 되고 있는 후보돈들 역시 분양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비슷한 시기에 돼지를 공급한 농장중에서 유독 Y농장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한발자국도 물러설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처음 회수한 돼지가 출하된 도축장에서 상태가 매우 좋다고 평가했을 뿐 만 아니라 연변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회장염으로 볼 수도 없다며 진단자체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의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직접 확인하지 않은 이상 단정지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내심 양돈농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양상이다.
후보돈 하차당시부터 설사증상이 확인된데다 격리가 이뤄진채 양돈장의 기존 돈군과 합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똑같은 증상이 이어졌다는 점이 종돈장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종돈장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이지만 법적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아직까지 책임소재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
종돈장 분쟁유발 질병 ‘부상’ 가능성도
주목할 것은 이번 논란이 전 양돈업계로 확산될 가능성이다.
해당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회장염이 양돈현장의 관심 질병으로 점차 부상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종돈장에 대한 청정화 요구가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종돈장의 관계자는 “솔직히 국내에 회장염 청정화 농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면서 “임상증상이 없는 종돈분양과 함께 발현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양돈농가 입장에서는 회장염 감염 자체만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히려 위생도가 높은 후보돈이 아무런 조치 없이 비육농장에서 합사될 경우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회장염 논란이 표면화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논란의 당사자인 오모씨는 “해당종돈장이나 회장염으로 인해 또다른 양돈농가들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법적대응과 함께 공론화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이번 논란을 접한 양돈농가들 사이에서 공조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방역당국이 위생방역 최우수종돈장 선정 기준에 회장염을 새로이 포함하면서 논란의 확산을 가속화, 향후 추이에 양돈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Tip 회장염은?
세균성 질병으로 출혈성 회장염과 장선종증 두가지로 분류된다. 장선종증은 어린자돈에서 발현 폐사율은 높지 않지만 성장지연과 연변 피해를 유발한다. 반면 후보돈이나 출하말기에 집중되는 출혈성 회장염의 일단 발현할 경우 즉각 치료가 뒤따르지 않으면 혈변과 함께 폐사로 이어진다. 주로 이송 스트레스나 합사과정에서 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