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조용환 기자]
FMD로 젖소 102두 잃었지만 현재 80두까지 늘려
父子 합심 위생·청결관리 사육…1등급 원유 납유

2010년 12월 24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금승리 270번지 용소목장 유재근·병용 父子에게 이날은 성탄절을 앞둔 전날이 아니라 애지중지 기르던 젖소 102두를 FMD(구제역) 미명하에 땅 속에 묻은 날이다. 그래서 이들 父子는 악몽 같았던 그날을 떠 올리면 지금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치가 떨린다 한다.

유재근 대표는 한국홀스타인품평회에서 그랜드챔피언을 수상한 김포 삼마목장의 우수한 젖소 6두를 구입하고, 대물림을 위한 아들 유병용씨의 한국농수산대학 대가축학과 졸업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다.
그러나 유재근 대표는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격언처럼 침착성을 잃지 않고, 그의 아들 또한 부친의 가업을 물려받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목장에 접목하는데 여념이 없다.
후보축을 분양하거나 정리하려는 목장에서 몇 마리씩 구입하여 입식시킨 용소목장 젖소는 22일 현재 80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착유우 43두가 생산하는 원유는 하루에 1천300kg다. 두당 평균 30.2kg으로 전국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여러 목장에서 구입하고, FMD 백신접종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그 능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체세포수 13만과 세균수 5천개 등 1등급의 원유는 유재근 父子가 위생과 청결을 우선 원칙으로 젖소사육에 전념한 결과다.
금승리 이장을 다년간 맡았던 유재근 대표는 탄현면 이장협의회장을 하면서 낙농업은 쌀농사 등 경종농업 보다 많은 시간이 투자되는 만큼 수익도 배가되는 사실을 접하고, 낙농목장을 1993년 시작하여 서울우유조합(조합원번호 12437)에 가입했다.
2만평의 전답에서 생산되는 조사료와 부산물 거둬들여 전업목장으로 우뚝 서자마자 FMD라는 청천날벼락을 맞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父子는 인생이 모두 순탄치 않다는 진리를 터득하고, 젖소사육에 보다 전념하여 이제 서울우유로부터 받은 쿼터량 1천350kg은 거의 채웠다.
서울우유 대의원을 5회째 맡고 있는 유재근 대표는 11월 현재 서울우유 검정연합회 총무, 서울우유 파주축산계 총무, 파주시농촌지도자연합회 감사 등을 하면서 지역농촌경제 활성화에도 일익을 담당한다. 농림식품부 장관 상과 경기도지사상, 소방방제청장상 등 굵직한 상훈이 이를 입증한다.
유재근 대표는 “FMD로 실의에 차있을 때 성격이 차분하고 목장에 관심 또한 많은 아들이 대물림을 강력히 희망하여 용기가 났다”며 “그러나 FMD 피해농가 대부분은 가축을 재입식하려해도 금전적으로 힘이 들고, 담보 또한 부족해 조합자금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유재근 대표는 “FTA가 타결될 경우 가격이 저렴한 유제품이 물밀듯 수입되면 한국낙농업이 나아갈 길은 막막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정부와 단체는 낙농업을 지속 발전시킬 수 있는 장단기대책을 수립하여 2세 낙농가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줘야 옳다”고 덧붙였다.